GE연구실의 '에디슨 책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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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세계최고의 우량기업이다. 미국 뉴욕주 알바니 교외에 자리한 이 회사 연구개발(R&D)센터의 본관입구에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생전에 쓰던 긴 나무책상이 새로 자리잡았다. 에디슨은 전구의 원리를 발명했고 GE는 이를 제품화했다. 따라서 에디슨의 책상은 GE기술의 뿌리를 상징한다.

경영의 귀재 잭 웰치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은 새 회장 제프리 임멜트가 연구소 확충에 1억달러를 투입하며 한 공동창업자 방에 보존돼온 이 책상을 GE 미래의 새 상징으로 내건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기술선진국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붐이 일면서 적잖은 영재들을 의학과 법률, 경영 등 전문대학원으로 빼앗기고 있다. 그럼에도 유수 이공대 입학은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다.

세계의 두뇌들이 다투어 미국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아시아 등 외국계 이민의 입학비율을 은근히 조절하고, 취업 때도 기술의 대외유출을 우려해 핵심기술분야 접근을 갈수록 경계하는 분위기다. 세계화시대라지만 기술보호주의의 벽은 높아만간다.

엔지니어링(공학)의 영역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론을 응용해 인간 삶을 살찌우는 것은 모두가 엔지니어링으로 통한다. 생체공학은 물론 수리(數理)공학과 금융공학이 새롭게 각광받는다. 이공대출신 경영학석사를 선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제품을 아는 사람이 제품관리와 판촉에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농업은 토양공학, 법률시스템은 사회공학, 요리는 식품공학, 심지어 예술은 상상력공학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에디슨은 '발명은 예술이자 상상력'이라고 했다. 잭 웰치는 GE를 '아이디어 공장'으로 자부했다.

이공계가 쇠퇴는커녕 그 '엔지니어링 마인드'는 학문간 연계를 고리로 모든 분야로 확산 중이다. 고교 때부터 이과·문과를 가르지 말고 모두에게 수학과 과학의 기초를 다져주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인근학문들을 아우르는 '세계 최상의 통합과학대학'을 6억달러를 들여 오키나와에 설립한다고 기염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시계바늘은 거꾸로 가고 있다. 고교생의 이공대 선택비율은 28%, 그나마 유수대학 이공계학생 중 36%가 각종 고시를 준비중 이다. 장차 과학기술자를 희망하는 청소년은 0.4%에 불과하다고 한다.'쉽고, 편하고, 즐거운 것'만 탐하는 선진 고소비사회의 겉모습에 우리 모두가 홀려 있는 꼴이다.

연구단지의 '불꺼진 창'은 정부 및 기업들에 1차적 책임이 있다. 구조조정 한답시고 연구인력을 잘라내고, R&D투자부터 줄여왔다. 과학기술계의 좌절과 분노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언제까지 '가지 않는 길'이라 자탄하며 '기술인력우대'주문만 되풀이할 것인가. 산업구조가 바뀌면 사양산업이 나오듯 사양학과도 나오게 마련이다. 새로운 기술적·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학문분야와 교과과정도 개편되고, 그 경계도 허물어야 한다.

중국 경제의 현대화 기수 주룽지(朱鎔基)총리도, 차기 국가주석 내정자 후진타오(胡錦濤)부주석도 공대 출신이다. 생물학자가 미국에서 인기직업 1위에 오르고, 주룽지 총리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주자고 우겨대는 세상이 아닌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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