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군중』 저자 美 데이비드 리스먼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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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회 전반의 문화와 개인의 행동 간 상호관계의 변화를 분석한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의 저자인 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의 한 요양원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92세.

리스먼은 1950년 나온 이 책에서 미국인들 가운데 내부지향형(inner-directed)이 줄고 타인지향형(other-directed)이 늘어난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친구·가족·동료를 내부지향형·타인지향형·전통지향형(tradition-directed)으로 분류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 책은 지난해 예일대학에서 축약본으로 출간됐을 정도로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1백40만부가 팔렸다.

고인은 인구 증가와 기술 변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중세에는 전통지향형이, 기술과 인구의 성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때는 내부지향형이, 과소비와 인구감소의 시기에는 외부지향형이 지배적이 된다고 주장했다. 50년대의 미국 사회는 과소비와 인구감소로 활력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구성원들은 동료 그룹의 기대에 부응해 주류로 편입되길 원하다 보니 타인지향형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리스먼은 또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부모나 다른 성인집단보다는 또래집단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존재로 변해간다"고 주장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 학부에서 생화학을,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시카고대 사회학 교수를 거쳐 59년부터 80년까지 하버드대 강단에 섰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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