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간 전망] 9연패 늪에 빠진 KIA 1·2·3위와 9연전인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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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따로 없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이젠 선두권 팀들과 잇따라 싸워야 한다.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KIA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SK-넥센-두산과의 세 차례 3연전에서 모두 져 9연패에 빠졌다. 2001년 KIA로 간판을 바꾼 뒤 가장 긴 연패다. 전신인 해태 시절까지 포함해도 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다. 3위였던 순위는 열흘 새 6위까지 미끄러졌다.

최후의 보루였던 마운드가 붕괴된 결과다. 시즌 초 주전 야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타선이 약해진 KIA는 양현종과 윤석민·서재응·콜론 등 선발투수들의 호투를 버팀목 삼아 6월 중순까지 5할 승률을 유지했다. 지난해처럼 시즌 중반까지 힘을 조절하다 든든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후반기 이후 약진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에이스 윤석민의 어이없는 부상 이탈로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연패의 시작이었던 18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한 윤석민은 3-2로 앞서던 9회 말 강판된 뒤 분을 못 삭이고 주먹으로 문을 내리쳤다가 전치 6주의 새끼손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팀은 3-4로 역전패했고 이후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다승 공동 1위(10승) 양현종 등 선발투수가 모처럼 잘 던진 날에는 불펜이 승리를 날려 버렸다. KIA는 올 시즌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3번의 블론 세이브(구원투수가 세이브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를 기록했다. 코칭스태프의 투수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확실한 휴식을 위해 여러 명의 구원투수들이 짧게 던지기보다 한 명의 불펜투수에게 긴 이닝을 책임지게 한 마운드 전략이 오히려 투수들의 페이스 조절을 어렵게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타자들의 부상 악령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박기남이 팔꿈치 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간 데 이어 무릎 수술 뒤 복귀했던 지난해 홈런왕 김상현은 25일 발목을 다쳐 또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팀 타율(0.254), 홈런(51개)은 모두 꼴찌이고, 팀 내 3할 타자는 최희섭(0.305)밖에 없다.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 KIA는 29일부터 1위 SK, 3위 삼성, 2위 두산과 힘겨운 9연전을 치러야 한다. 올 시즌 삼성에만 4승4패로 그런 대로 맞서고 있을 뿐 SK에는 2승6패, 두산에는 3승7패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9일 광주 SK전에 선발 등판하는 양현종이 에이스답게 연패를 끊어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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