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급매물 줄었지만 예탁금·펀드자금 제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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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주가가 오랜만에 반등했지만 증시 수급 여건을 감안할 때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긴 힘들 전망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돼 증시 주변의 자금이 줄어 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 펀드로의 자금유입과 고객예탁금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9일로 예정된 옵션 만기일도 수급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위탁자 미수금이 줄어들어 급매물에 대한 우려는 덜한 상황이다.

◇펀드 정체 상태=지난 6일 현재 주식형 펀드(주식 편입비율 60% 이상)는 지난달 초에 비해 1천4백22억원 늘어난 8조5천2백8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식혼합형(최고 편입비율 50% 이상)은 같은 기간 동안 5백5억원이 줄어들었다. 주식형 펀드는 지난달 중순이후 8조4천억~8조5천억원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에 2조9천억원이 늘어난 채권혼합형(주식편입 비율 40% 이하)은 주식시장에는 큰 영향을 못미치고 있다.지난달 말 현재 채권혼합형의 평균 주식 편입비율은 8.6%에 그쳤다.

대우증권 황준현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펀드 자금 유입 규모를 감안할 때 투신사의 매수 여력은 그다지 큰 편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고객예탁금 감소세=개인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 계좌에 입금해둔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24일 이후 모두 1조2천1백68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그래프 참조>

이 기간 개인이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모두 11조3천억원 상당을 순매수한 만큼 실질적인 고객예탁금 감소분은 극히 미미한 편이다. 개인이 주식을 순매수하면 고객예탁금은 줄어든다.

따라서 고객예탁금이 이 기간에 실질적으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옳다.

한편 위탁자 미수금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급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위탁자 미수금은 지난달 30일 이후 7일까지 2천6백67억원 줄었다. 위탁자 미수금이란 개인이 주식을 살 때 돈을 다 지불하지 않고 외상으로 사들인 금액을 말한다. 즉 증거금으로 매수 금액의 40%만 맡기면 나머지 60%를 외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매매일 이후 3일 후까지 외상금액을 채우지 않으면 증권사는 4일째 오전 동시호가 때 강제로 처분(반대매매)하게 돼 있어 수급에 큰 악재로 작용한다.

◇옵션 만기일이 부담=5월물 옵션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 차익잔고는 3천84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옵션 연계 물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들 물량이 원활하게 6월물로 넘어가지 않고 9일을 전후해 매물로 나온다면 증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교보증권 고영훈 애널리스트는 "만기일 마감 시점에서 증시 전망이 긍정적이라면 원만하게 옵션 만기일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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