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2박스… 보이스펜 녹음… e-메일 崔씨 추가폭로'시한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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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규선씨의 폭탄성 폭로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19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청와대가 나에게 밀항을 권유했다"고 주장한 崔씨는 7일 현 정권과 자신의 관계 등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육성 테이프를 측근을 통해 공개했다. 그 내용의 진위는 속단할 수 없지만 김홍걸씨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고 다른 주장도 비교적 구체적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폭로는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검찰 주변에서는 자신의 구명을 위해 각종 기록을 활용해 온 그의 행각으로 보아 또 다른 메가톤급 히든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

崔씨의 측근들이 "崔씨가 박스 두개 분량의 녹음 테이프를 보관해 왔다"고 밝힌 점은 이같은 가능성을 크게 한다. 崔씨가 평소 보이스펜을 갖고 다니며 녹음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자신의 목표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성격이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정·관계 인사들과의 대화 내용을 기록한 '보이스펜 테이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방미 경비로 20만달러를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崔씨 주변 인물들의 검찰 진술이다. 이 문제를 처음 폭로한 민주당 설훈 의원은 녹취록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가 검찰 조사에서는 "제보자가 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따라서 崔씨가 보이스펜으로 이 내용을 녹음했고 주변 누군가가 관련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 테이프가 있다면 상황 진전에 따라 공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崔씨가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측근 인사들과 대책회의를 하며 폭발력 있는 테이프들을 분산 보관했다는 소문도 있다. 崔씨는 또 정·관계 인사들과의 대화를 적은 다량의 메모도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메일 얘기도 나온다. 崔씨는 국내외 유력 인사들과 자주 e-메일을 주고받았다. 검찰은 최근 그가 사용한 e-메일 계정을 확보해 내용을 일부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崔씨가 폭로할 자료 등을 지니고 있을 인물로는 崔씨의 이종사촌 모(44)씨와, 崔씨와 밀접한 관계였던 염모(34·여)씨가 거론된다. 씨는 육성 테이프를 보관해 왔던 인물이며 崔씨가 구속된 후에도 꾸준히 그와 접촉해 왔다.

조강수·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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