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날씨에 달렸다" 비올땐 급속 확산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경기도 안성에 이어 충북 진천에서 돼지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자 해당지역 축산농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충북 축산농가 비상=구제역이 추가 발생한 충북 진천군 이월면 사곡리 궁골마을 李모(41)씨 양돈장 주변 축산농민들은 5일에도 긴장 속에 방역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 일대 농장에는 출입구마다 생석회가 2~3㎝ 두께로 살포됐다.

李씨는 "빚만 해도 1억원인데 자식 같은 돼지를 모두 도살처분하다니 하늘이 야속하다"며 넋나간 표정을 지었다.

인근 이곡마을에서 젖소 30마리를 기르는 권영화(51)씨도 "벼농사 직파를 준비하느라 일손이 달리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앞날을 걱정했다.

충북도는 구제역이 발생하자 음성군 감곡면의 가축시장을 4일 폐쇄했으며 위험지역 젖소 3백76마리에서 생산된 원유를 전량 폐기했다.

◇일단 소강상태=안성에서 처음 구제역 증상이 발견된 지난달 30일 이후 6일이 흘렀지만 진천 한곳 외엔 아직 추가 신고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건국대 김순재 교수는 "2000년 발생 당시보다 방역을 철저히 한 데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 더 확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황사가 구제역의 원인일 경우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데 이번 구제역의 전파 경로를 봐서는 확률이 높지 않다.

서울대 박봉균 교수는 "황사가 원인이면 해안지역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큰데 이번에 발생한 지역은 모두 내륙이어서 황사가 원인은 아닌 것 같다"며 "발생지역을 잘 통제하면 내륙에서 국지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날씨가 변수=농림부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견되자 기온이 높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온도가 10~15도 정도의 습한 날씨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고온(25도)에 햇볕이 쬐는 날씨엔 약해지기 때문이다.

2년 전에 비해 확산 속도가 느린 것도 당시엔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3월말의 초봄 날씨였지만 최근엔 낮 최고기온 25도를 넘는 맑은 날씨가 계속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일기예보대로 6~7일 중남부 지방에 비가 올 경우 구제역이 다시 활개를 칠 가능성이 있다.

안남영·정철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