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카오 중국반환 5주년] '한 국가 두 체제' 실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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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마카오 경찰이 중국 반환 5주년을 기념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마카오 특별행정자치구기를 함께 게양하고 있다.[마카오 AP=연합]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이 마카오 행정특구를 입이 닳게 칭찬했다. 후 주석은 20일 "마카오가 중국으로 돌아온 지난 5년간 경제.사회 발전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마카오 회귀(回歸) 5주년 기념식과 에드먼드 호(중국 이름 何厚)행정장관의 취임식에서다. 후 주석의 칭찬은 지난 19일 마카오에 도착한 뒤 몇 차례나 이어졌다. 도박.환락.범죄의 도시란 오명을 단숨에 씻어주는 발언이었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가 중국 땅이 된 지 5년이 되는 마카오는 요즘 축제 분위기다. 경제는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21.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도박과 환락의 도시를 휩쓸었던 조직 폭력배들은 '범죄와의 전쟁'에 쫓겨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마카오의 카지노 영업장과 호텔.음식점엔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택시 운전을 하는 50대의 정빙쿤(鄭炳坤)은 "경기가 좋아져 하루 20만~3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며 "폭력배가 활보하고 공무원들이 불친절했던 식민지 시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안이 확보되고 정치 안정 속에 경제가 선순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카오 과기대학의 황즈롄(黃枝連)교수는 "마카오가 홍콩을 제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성공모델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2년 전부터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것과 달리 45만명의 마카오 주민은 친중(親中)정서가 넘친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후 주석은 마카오로 달려온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수반에겐 거리를 두었다. 후 주석은 "마카오에서 봤으니 연말에 베이징(北京)에 올 필요 없다"며 "시정(施政).관치(官治) 능력을 끊임없이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마카오의 고민도 없지 않다. 경제에서 도박산업의 비중(전체 재정수입 중 70%)이 너무 큰 데다 중국 대륙에서 쏟아져 들어온 매춘부.도박꾼이 들끓는다. 경기 과열로 부동산.증권 시장에서 거품이 일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마카오=이양수 특파원

*** 마카오 호황 비결은

마카오 경제의 초호황은 중국 관광객과 도박 산업 덕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홍콩.마카오 경제를 밀어주기 위해 중국인들의 관광 방문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마카오의 관광객 수는 지난해 1188만명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11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44%나 늘어난 1515만명에 이르렀다. 그중 70~80%는 중국 관광객이다. 중국에선 요즘 홍콩에서 쇼핑하고 마카오에서 도박을 즐기는 관광 상품이 인기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호텔.음식.쇼핑.운송 업체 등 각종 서비스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도박산업의 약진은 더욱 눈부시다. 마카오에선 카지노.경마.경구(競狗).복권.축구도박 업체가 성업 중이다. 마카오 정부의 올해 도박세 수입은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150억 마카오달러(약 2조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도박왕'인 스탠리 호가 독점했던 카지노 산업을 미국계 자본 등에 개방한 마카오 정부의 정책이 주효했다.

부동산 건설 붐도 한창이다. 정부와 대기업들이 앞다퉈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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