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인도 종교분쟁 충격보고서 <휴먼라이츠워치> "경찰,이슬람학살 직접 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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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2월 말 이후 9백여명이 숨진 인도 구자라트주(州) 종교분쟁과 관련, 75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사태 발발 3주 뒤부터 현지에서 두달간 생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조사를 벌인 HRW는 "이 사태는 구자라트주 관리·경찰이 힌두교도의 이슬람교도 학살에 직접 개입한 공권력의 계획적 학살"이라고 결론지었다. 다음은 보고서의 일부 증언.

◇#증언1=최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시에 사는 메붑 만수리(38)는 지난 2월 28일 힌두교도들을 피해 아침 일찍 가족들과 함께 이슬람교도인 에산 제프리 전 국회의원의 집으로 피신했다. 힌두교도 5백여명이 집을 포위하고 "이슬람교도를 죽이자"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서장은 "잘 해결될테니 걱정할 것 없다"며 돌아갔다. 그러나 한 시간 뒤 힌두교도들이 벽을 부수고 난입해 칼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무방비 상태로 떨고 있는 2백여 이슬람교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칼로 베고 기름을 부어 태웠다.그 자리에서 여섯, 여덟, 열 살 난 세 아들을 포함해 만수리의 가족 18명이 숨졌다. 그는 간신히 달아나 목숨을 건졌다.

◇#증언2=제프리 국회의원 집에 있었던 라시다 벤(23·여)은 시동생 부부의 살해장면을 목격했다. 힌두교 폭도들은 먼저 시동생의 배와 가슴·머리를 칼로 찔러 죽인 뒤 임신 5개월된 시누이를 부엌으로 끌고가 보석들을 빼앗고는 가스통을 폭파시켜 죽였다. 다른 여자들은 강간당한 뒤 살해됐다. 시관리와 경찰은 학살이 끝난 한참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증언3=65명이 사망한 나로다 파티야 지역에서 11명의 가족 중 8명을 잃은 한 여성은 "주 예비경찰들도 학살에 가담했다"고 치를 떨었다.

폭도가 몰려오자 가족들은 거리로 도망쳤다. 바로 길 건너편에 주 예비경찰본부가 있었지만 예비경찰들은 폭도 편에 가담해 우리를 쫓아왔다. 먼저 붙잡힌 남편은 두차례 칼을 맞고 쓰러졌다. 이어 시동생·시누이가 붙잡혔다. 폭도들은 3개월 된 갓난애를 안고 있던 시누이를 발가벗겨 강간한 뒤 아기와 함께 석유를 뿌려 태워 죽였다. 경찰은 현장에 있었지만 폭도를 거들었다.

◇#증언4=바라 사치 키 칼리에 사는 모하메드 살림(28)은 "경찰은 이슬람교도만 골라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거리에서 이슬람교도가 힌두교도에 맞서자 경찰은 이슬람교도에게만 발포, 13명이 숨졌다. 경찰은 집에 숨어 있는 사람들까지 끌어내 총을 쐈다. 경찰은 이슬람교도라면 소년들도 쐈고 등유병을 들고 방화에 가담하기도 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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