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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세계 7대륙 최고봉 모두 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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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여성 산악인 오은선(38.영원무역 소속)씨가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에 성공했다.

오씨는 20일 오전 5시20분 (한국시간) 동료 산악인 김영미(25)씨와 함께 남극의 최고봉 빈슨매시프 정상(4897m)을 밟았다고 위성전화로 베이스캠프에 알려왔다. 오씨는 "여성으로서 세계 7대륙 최고봉에 모두 오르게 돼 기쁘다"고 짤막하게 소감도 밝혔다.

여성 산악인의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은 국내에선 처음이며, 세계에서는 열두번째다.

지난 5일 출국해 15일 남극의 패트리어트힐 기지에 도착한 오씨는 당일 베이스캠프로 이동해 16일부터 정상 정복을 타진해왔다. LG화재와 영원무역이 공동 후원한 이번 원정에는 LG화재의 구자준 사장이 원정대장으로 참가해 패트리어트힐까지 동행했다. 구 사장은 박영석씨의 K2 원정과 남극점 원정 때 대장을 맡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북한산을 오르다 인수봉의 암벽 등반가들에게 매료된 오씨는 대학(수원대 전산학과) 입학과 함께 산악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몽블랑.브로드피크.마칼루.K2에 차례로 올랐다.

2002년 8월에는 유럽 최고봉 앨부르즈에 올라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북미 최고봉 매킨리와 아시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을 거쳐 이번 빈슨매시프 등정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오씨의 등반 인생이 순탄한 것 만은 아니었다. 사선도 여러 차례 넘나들었다. 몇년 전 K2봉을 오르다 50m 절벽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고, 지난 1월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뒤 하산할 때에는 산소 부족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오씨는 이번에 남극으로 떠나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빈슨매시프 등반을 마치고 돌아온 뒤 장기적으로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원정대를 꾸려 K2에 도전하고 싶다"며 등반에 대한 강한 열의를 내비쳤다.

미혼인 그는 사석에서 "사랑이란 강한 가슴, 강한 호흡으로 올라가야 할 산"이라며 "산 같은 사람이면 동반자로 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씨는 내년 1월 초 귀국할 예정이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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