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짙어진 홍걸씨 개입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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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홍걸(金弘傑)씨가 스포츠토토 사업권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金씨의 대리인격이었던 동서 황인돈씨의 회사 사무실에 스포츠토토 사업권자로 선정된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 간부가 상주했던 것으로 29일 드러나면서다.

문제의 사무실은 서울 강남역 사거리의 오피스텔 빌딩 현대타워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黃씨가 C토건과 함께 운영하는 기계판매 업체인 G사 명의로 임대했었다.

타이거풀스 尹모 이사가 이 사무실을 실제로 사용한 시기는 2000년 10월부터 20여일 동안.

당시 임대 계약에 관여했던 부동산 중개인 등에 따르면 尹이사는 그해 10월 2일 보증금 2천만원·월세 2백80만원에 사무실을 임대 계약했다. 12월 26일 다른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두세달치 월세를 지불했다는 것이다. 사무실에는 책상과 간단한 짐들이 있었다고 한다.

尹씨가 월세를 냈던 그해 10~12월은 체육복표 사업자들이 치열한 정보전을 펴며 사업 신청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체육진흥공단이 사업자 선정을 위해 26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한 것도 그해 11월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한국전자복권이 여권 가신 그룹을 로비에 동원하자 경쟁관계의 타이거풀스측은 정부 고위층 인사 및 대통령 아들들을 내세워 맞대응을 했고, 결국 그해 12월 2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특히 그런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에 타이거풀스 간부가 사실상 黃씨의 사무실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의혹은 결코 간단치 않다.

G사는 그보다 5개월 전인 2000년 5월 설립됐다. 등기부등본 상에는 대표이사인 黃씨를 포함, 이사 세명과 감사 한명이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44평 사무실은 현재 다른 사람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G사가 실체 없는 유령 회사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는 타이거풀스 사업권 선정 과정에 최규선씨와 宋씨가 개입한 정황이 상당 부분 포착돼 있는 상태다. 거기에 黃씨와 타이거풀스측의 사무실 거래 관계가 새로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정황들과 김홍걸씨의 개입 의혹을 직접 연결지을 수 있느냐다.

이와 관련, 黃씨는 이미 며칠 전 변호인을 통해 "지난해 4월께 최규선씨에게서 쇼핑백을 받아 김홍걸씨에게 전달했고 타이거풀스 주식도 차명으로 관리했다"고 시인했다.

최규선씨의 전 비서 천호영(千浩榮)씨의 고발 내용이 속속 사실에 가까운 쪽으로 접근해 가는 것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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