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가스 사고 위험 잊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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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LP가스 폭발 사고로 27명이 숨지거나 다친 인천시 부평구 부평5동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지금도 2~3층짜리 주택 외벽엔 LP가스 호스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가스통들이 불안하게 드러나 있다.

주민 崔모(38)씨는 "대부분 판매업소를 단골로 정해 거래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싼 곳을 골라 그때그때 주문한다. 이 때문에 업소측의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사고 건수의 80%를 차지하는 LP가스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

29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사고 예방을 위해 이달 말까지 도입할 계획이었던 'LP가스 안전공급계약'이 지난 25일 현재 전체 5백여만 가구 중 43%(2백40여만 가구)만 체결됐다. 지난해 11월 이 제도가 시행된 뒤 6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쳤으나 10가구 가운데 여섯가구꼴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안전공급계약은 소비자와 판매업소 간에 단골 거래계약을 의무적으로 맺게 해 판매업소에 안전 점검의 책임을 지우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험을 통해 신속하게 보상(인명피해 최고 8천만원, 재산피해 최고 3억원)해주는 제도다.

◇낮은 계약률=30만여 가구가 LP가스를 사용하는 강원도의 경우 30% 정도인 10만여 가구만 계약을 했다.

대전지역도 계약 체결률이 31%에 불과하다. 인천과 전북·경북·광주 등도 30%대였으며 서울·부산·대구 등은 40%대였다.

계약 체결률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홍보 부족과 판매업체·소비자들의 무관심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부 朴모(53·광주 남구)씨는 "가스업체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데다 심지어 '꼭 계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계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일부에서 1만8천원선인 20㎏ 한통을 1만3천원까지 낮춰 판매하는 등 덤핑이 이뤄져 소비자들이 매번 더 싼 업소를 고르는 바람에 계약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정부 대책=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10일까지 안전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가스를 공급하는 판매업소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단속 대상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가스공급 행위▶계약 체결시 안전점검 미실시▶상호 표시 없는 가스통 제공 등이다.

적발될 경우 다음달 말까지 개선을 권고하고 7월부터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안전점검은 전문기관에 맡겨 판매업소측의 부담을 더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가격 모니터링제를 도입해 덤핑 판매를 규제할 계획이다.

산업자원부 황석찬 에너지안전계장은 "일본에 비해 네배 이상 높은 LP가스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선 이 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영진·구두훈·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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