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MOU 조건대로 팔리면 잔존법인 생존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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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하이닉스의 메모리 부문을 매각한 뒤 남게 되는 잔존법인의 생존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본지가 입수한 '메모리 사업 매각 후 하이닉스 재무구조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 부문이 매각되면 잔존법인은 올해 말 6천6백억원의 자금부족 상태에 빠지게 되며 2005년까지 2조4천여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하이닉스가 양해각서(MOU) 체결 직후 작성해 지난 24일 이사회에 보고한 내부 자료다.

하이닉스는 잔존법인이 생존하려면 메모리 부문의 매각대금으로 받는 마이크론 주식 중 부대비용을 제외한 2조7천여억원(주당 33달러 기준)을 전부 잔존법인에 남겨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매각 후 우발채무 예상금액이 1조4천억~3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MOU에 의하면 채권단과 마이크론은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한 5억달러(약 6천5백억원)까지만 책임지게 돼 있어 나머지는 고스란히 잔존법인이 떠안아야 한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비메모리 사업 자체로는 부채를 감당할 능력이 작아 파산이 우려되며, 이 때문에 주주들의 매각을 반대하는 소송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측은 따라서 ▶순 매각대금의 전액 회사 유보▶부채 3조7천억원(조정대상의 76%) 탕감▶잔여 부채(1조2천억원)의 이자 및 만기 조정▶초기 우발채무에 대비한 1조원의 브리지론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 결의와 함께 이사회 승인이 없으면 MOU의 효력이 없어진다"며 "채권단이 설득력있는 잔존법인 생존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순매각대금 전액을 채권 회수에 사용하고 잔존법인의 부채 2조5천억원만 탕감해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이 조건대로라면 잔존법인의 생존이 어려울 전망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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