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우물쭈물하면 사태 더 악화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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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아들들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3남인 김홍걸(金弘傑)씨는 25일에도 집중타를 맞았다.

그의 동서 황인돈씨가 검찰에서 "최규선(崔圭善)씨가 건넨 쇼핑백을 홍걸씨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홍걸씨가 뇌물을 받았다는 결정적인 단서가 드러났다"며 미국에 사는 홍걸씨의 즉각 귀국과 검찰 출두를 요구했다.

金대통령에 대해서도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아들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라"고 촉구했다.

박관용(朴寬用)총재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들들 비리에 대해 우물쭈물할수록 사태가 악화할 것"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은 홍걸씨를 곧바로 귀국시키고, 특검제·국정조사·TV청문회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朴대행은 각 정당을 돌며 신임인사를 하고 있는 청와대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의 예방도 거절했다. 26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릴 대통령 아들들 규탄대회를 하루 앞두고 朴실장을 만나는 것은 당의 감정에도 어울리지 않고, 정국의 초점도 흐릴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성명에서 "황인돈씨의 실토로 홍걸씨가 崔씨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임이 드러났다"며 "검찰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말고 지체 없이 홍걸씨를 소환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홍업(弘業·차남)·홍걸씨 중 한명만 사법처리할 목적으로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말도 있는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부대변인인 김용학(金龍學)의원은 "黃씨 말대로라면 그가 崔씨로부터 받은 엄청난 액수의 주식도 고스란히 홍걸씨에게 갔을 것"이라며 "홍걸씨가 주변사람들에게 '억울하다'고 했다는데 그렇다면 자진귀국하라"고 말했다.

동시에 한나라당은 이팔호(八浩)경찰청장에게 항의방문단을 파견해 최성규(崔成奎) 전 총경의 '기획도피'의혹도 따졌다.

이재오(在五)총무를 비롯한 의원 7명은 청장에게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정보를 갖고 있는 곳인데 과장이었던 崔전 총경이 모든 정보를 없애고 도피해 버렸다"며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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