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고검장 자진 출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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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11월 이수동(守東)아태재단 전 상임이사에게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 상황을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웅(金大雄·사진)광주고검장이 24일 대검 중수부에 자진 출석했다.

검찰은 金고검장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7일 이수동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승희 전 인터피온 사외이사에 대한 검찰의 조사계획을 알려줬는지와 수사 상황을 입수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이날 金고검장은 사표를 내지 않고 출두했다. 혐의를 벗을 법률적 자신감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그는 지난 22일 고혈압 등을 이유로 검찰 소환에 불응, 25일로 소환이 재통보된 상태다. 그러나 그는 이날 오전 김종빈 대검 중수부장에게 전화를 해 "검찰청사 부근에 와 있다. 조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고를 받은 이명재 검찰총장 등 수뇌부가 "최소한 언론에 통보할 시간이라도 달라"고 했으나 金고검장은 막무가내로 청사에 들어왔다.

그는 대검 중수부 11층 특별조사실로 올라간 뒤 "참고인 신분일 뿐 아니라 출두 장면이 촬영될 경우 높은 혈압 때문에 정상적인 조사를 받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金고검장은 이수동씨와의 통화가 일상적인 것이었다며 "공무상 기밀누설죄가 성립되려면 누구에게서 기밀을 보고받았는지부터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그와 이수동씨간의 통화내용이 녹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수사내용을 알 수 있을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점(당시 수사는 대검 중수부가 했고 그는 서울지검장이었음)을 부각할 경우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하지만 수사팀은 "사법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검찰 내 실력자인 그가 여러 채널을 통해 충분히 수사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고, 대법원 판례도 공무상 기밀누설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특히 지난해 9월 이용호씨가 긴급체포된 날 대검 중수부로 전화를 걸어 이용호씨와 통화시도를 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법처리는 더욱 쉬워진다.

검찰은 金고검장을 상대로 한 두 차례 더 조사를 한 뒤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수동씨와 대질 신문도 검토 중이다.

검찰 내에서는 金고검장이 스스로 사직하고, 검찰이 그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구도가 가장 유력하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기소되더라도 끝까지 무혐의를 주장하며 현직 고검장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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