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前한라회장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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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지검 외사부(부장검사 朴永烈)는 24일 계열사 자금 2조1천억원을 한라중공업에 부당 지원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정몽원(鄭夢元·47·사진)전 한라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한라그룹 전 기획실 부사장 문정식(45)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던 한라그룹 전 부회장 박성석(60)씨는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에 따르면 鄭전회장 등은 1997년 1~12월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 없이 한라시멘트와 만도기계 및 한라건설 등 3개 계열사에서 鄭전회장 개인 소유의 한라중공업에 자금을 대여해주거나 지급보증을 서주는 방식으로 2조1천억원을 불법 지원한 혐의다.

검찰은 한라중공업은 鄭전회장이 전체 지분의 91%, 형 몽국(夢國)씨가 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鄭전회장의 개인 회사라고 밝혔다.

鄭전회장은 또 한라시멘트가 97년 12월 부도가 난 뒤 회사를 해외에 매각해 빚을 갚는 조건으로 채권단으로부터 부채 1조8백억원 중 6천3백억원을 탕감받고도 회사 자산의 66%만 프랑스 라파즈사에 매각하고 지분 30%(9백51억원 상당)를 개인적으로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鄭전회장이 ▶증여세 17억원과 한라건설 유상증자 대금 34억원을 회사공금으로 냈고▶한라시멘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가 보유한 3백76억원 상당의 한라콘크리트 주식을 자신이 사실상 소유한 대아레미콘에 3억원에 넘긴 혐의도 밝혀냈다.

이에 대해 한라측은 "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계열사가 상호지급보증으로 얽혀 있어 한라중공업이 부도가 나면 다른 계열사의 연쇄 부도가 예상돼 지원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한라측은 또 "시멘트 지분 30%를 보유하게 된 것은 라파즈사가 鄭전회장을 국내 합작 파트너로 인정해 주식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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