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의 절단으로 대혼전 시작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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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제3보 (45~62)=安4단이 우상 귀에 두고 있는 수들은 목숨을 구하기보다 흑의 동태를 살피는 수라고 봐야 한다. 이 귀의 생사는 지금 시점에서 그리 크지 않다. 趙5단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맛도 나쁜 상황에서 악착같이 잡으러 갈 마음은 없다.

47로 끊은 수가 생각보다 예리했다. 趙5단의 감각이 빛을 뿜고 있는 장면인데 安4단으로선 진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47에 대해 백이 '참고도' 1로 젖혀 3,5로 두점 잡는 것은 하책이다. 흑은 두점을 사석으로 해 외곽의 두터움과 A의 선수를 얻어 이젠 마음놓고 귀를 잡으러 갈 수 있다. 흑은 바로 이것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47에 대해 백이 꽁무니를 빼는 것은 곱게 지는 길. 安4단은 사방에 도사린 흑세가 불안하긴 했지만 분연히 48로 끊어 일전불사로 나갔고 흑의 趙5단도 기다렸다는듯 맞섰다. 이 때부터 바둑판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전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51과 54는 행마의 맥점이며 '가'의 선수를 생략한 59의 달리기도 경쾌한 행마. 백은 중앙이 끊긴 힘겨운 상황에서 특유의 완력으로 싸워나가고 있는데 검토실에선 비록 安4단이 전투에 능한 기사라고는 하나 악전고투가 분명하다고 한다.

11분을 고심해 60으로 하나 찌르더니 安4단은 62로 기어나갔다. 수세에 몰려 있지만 흑모양의 약점도 걸고 넘어지려는 강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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