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이윤재 피죤 회장 “2014년까지 중국서 연간 1조원 매출 올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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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톈진(天津)을 세계로 나가는 발판으로 삼겠다. 중국 사업이 잘되면 피죤은 내가 꿈꾸는 것보다 몇 배나 커질 수 있다.”

피죤 이윤재(75·사진) 회장의 마음은 요즘 온통 중국에 가 있다. 22일 서울 역삼동 피죤 회장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 내내 중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다. 피죤은 최근 톈진 빈하이(濱海)신구에 연간 2만5000여t의 액체세제·섬유유연제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준공했다.

“톈진 공장 설계 당시 완전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쪽으로 했더니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인건비 싼 지역에서 뭐 하는 거냐고. 하지만 벌써 중국에서 인건비 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회장은 급변하는 중국에서 장사하려면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며 “특히 올해 초 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중국을 발판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까지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인도 FTA까지 체결되면 중국 공장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 화교들은 세계 곳곳에서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에서 팔리는 제품을 라벨 하나 고치지 않고 세계에 팔 수 있다. 이 회장은 “벌써 미국의 중국 수퍼마켓에서 피죤의 중국 브랜드 ‘비전(碧珍)’ 라벨을 단 제품을 샘플로 보내 달라고 해서 40박스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중국에서 P&G 등 세계적 글로벌 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어찌어찌 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은 탁상공론”이라며 “아이를 잡아당긴다고 더 빨리 자라진 않는다”고 에둘러 답했다. 무리한 밀어내기 마케팅보다는 찬찬히 다지고 가는 영업을 펴겠다는 뜻이다.

중국 액체세제와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피죤의 점유율은 현재 1% 미만이다. 톈진 공장 준공을 계기로 2014년까지 중국 점유율을 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그러면 중국에서만 연간 1조원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톈진 공장 생산량도 2014년까지 50만t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이 회장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30여 년간 사랑받아 온 제품이라면 중국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나는 자연인이니 언젠가는 가겠지만, 피죤 모든 제품에 들어 있는 두 가지 공통 처방 ‘자연을 아끼는 마음’과 ‘정성’은 영원히 가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누누이 강조한다”고 말했다.

피죤의 중국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1993년 진출한 지린(吉林)성에서 완전히 거덜이 났었다”고 털어놨다. 중국 동포들을 공략하려 했지만 합작법인이라 마음대로 경영할 수 없었고, 소비자들의 경제수준도 피죤을 받아들일 만하지 않았다는 것. 피죤은 법인을 톈진으로 옮겨 웅크리고 있다가 6년 전부터 다시 중국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톈진 공장은 원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직후를 준공 시기로 잡았지만 세계적인 원자재 파동으로 건축업자가 곤란을 겪었고, 올림픽 기간엔 공사도 할 수 없어 준공이 늦어졌다. 오래 걸린 만큼 완벽을 기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톈진 공장이 입주한 빈하이 공단은 고속도로 바로 옆이라 교통·물류 여건이 좋고, 중국 정부가 친환경 기업구 모델로 조성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 세계 500대 기업 중 에어버스·도요타·캐터필러·코카콜라 등 150여 개가 입주해 있다.

이 회장은 75세인 요즘도 현장경영을 강조한다. 중국 출장 때도 꼭 판매현장에 들러 경쟁업체와 피죤의 진열상황, 판촉전략을 꼼꼼히 살핀다.

4월엔 당시 영하 20~30도이던 창춘과 하얼빈 지역을 야간열차를 타고 둘러보겠다고 했다가 직원들이 극구 반대해 못 갔다고 한다. 그는 “현장경영 원칙은 20대 후반 세계를 돌아다닐 때부터 몸에 밴 것”이라고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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