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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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삿포로는 1백30년 전 홋카이도(北海道)개척이 시작되면서 탄생한 도시다. 오도리 공원을 중심으로 도시가 바둑판처럼 잘 정비돼 있고, 이국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1950년 어두운 세상에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당시 중·고생들이 6개의 설상을 오도리 공원에 만들고 눈싸움과 카니발을 즐긴 게 '눈 축제'의 시작이다.

지금은 자위대가 동원돼 수백개의 거대한 설상을 만들고, 2백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모이는 일본 최대 축제가 됐다.

국제 스키마라톤, 홋카이도·삿포로 마라톤 등 스포츠 행사를 비롯해 꽃 축제·퍼시픽 뮤직 페스티벌 등 연중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도쿄~삿포로 왕복 항공권 값만 5만엔(50만원)이 넘어 일본인들도 큰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삿포로에 가면 라면을 꼭 먹어야 한다. 인스턴트가 아니라 소·돼지나 닭뼈에 당근·감자 등 각종 야채를 넣어 밤새도록 국물을 우려내는 '진국'이다. 여기에 된장을 풀어 먹기도 한다. 시내에서 삿포로맥주 공장 견학 버스를 타면 맥주 제조 공정을 구경하고 풍성한 안주에 공짜 맥주를 실컷 마실 수 있다.

삿포로에는 콘사도레라는 J리그 축구팀이 있다.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입고 지난해 1부리그로 승격했다. 프로축구 부산 대우(부산 아이콘스의 전신)의 감독이었던 장외룡씨가 이 팀의 코치다.

삿포로 역시 안전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기자가 삿포로 돔을 방문한 날도 경기장 안에서 테러방지 실전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진도 찍지 못하게 했다. 잉글랜드-아르헨티나 전이 열리는 날은 6천명의 경찰을 총 동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류판매 금지 같은 건 생각해 보지 않았고, 외국인에게는 맥주를 종이컵에 담아 판매하도록 각 업소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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