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걸리면 끝장" 초강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증시 작전세력을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하고, 증권사 점포 폐쇄라는 사상 유례없는 조치를 취하는 등 정부가 증시에서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지만, 혼탁한 증시에 질서를 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실 그간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기 일쑤였고, 아예 주식투자를 외면하는 사람들도 많아 증시가 건전하게 커나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작전 세력으로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얼마 후면 버젓이 다시 경영이나 증시에 참여하는 일이 흔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이고,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정부도 최근 주가상승으로 증시의 고질(痼疾)인 주가조작에 강경 대처해도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점포가 주가조작 온상=이번에 문을 닫거나 한달간 영업정지된 증권사 지점은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했거나 주가조작에 연루된 곳들이다.

프랜차이즈 점포란 주식투자 전문가 몇 명이 모여 팀을 만든 뒤 증권사와 계약을 하고 독자적으로 영업하는 곳이다. 증권사에 전산 사용 수수료와 상호 사용료 등을 내고 나머지 이익은 직원들끼리 나눠 갖는다. 증권사는 이름만 빌려주고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점포는 본사의 통제를 거의 안받아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를 쉽게 저지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점포는 이른바 '새끼 투자상담사'라고 하는 무자격 투자상담사를 고용해 영업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프랜차이즈 점포나 무자격 투자상담사를 통한 주가조작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아예 투자상담사제도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까지 천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지점들은 일부 코스닥 기업 대주주와 공모, 선진 금융기법인 주식맞교환(스와프)이나 최근 코스닥시장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인수 후 개발(A&D) 수법 등으로 모두 3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하지만 증권사가 점포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금감원은 점포 폐쇄 후 인근에 다른 점포를 만들어 영업을 계속하면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폐쇄점포 고객은 어떻게=점포 폐쇄 조치를 받은 신한 강남역지점 6백73개 계좌,동원 사하지점 1천7백76개 계좌, 한빛 성서나이스지점 1천2백66개 계좌의 주인들은 다음달 말까지 계좌를 다른 증권사 점포나 같은 증권사의 다른 점포로 옮겨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거래를 할 수 없다.

해당 점포에선 계좌를 옮기기 위해 점포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지, 필요한 서류는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금감원은 모든 고객이 영업폐쇄 사실, 계좌이관 안내 등을 직접 통보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증권사 본점의 감사실 직원 등 본점 직원을 배치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대우·서울증권 점포와 거래해 온 고객도 계좌 이관을 서둘러야 한다. 당장 5월 1일부터 영업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계좌 수는 서울 청담지점 4백67개, 서울 영등포지점 2만10개, 대우 안동지점 1만5천6백개다. 영업정지 기간에도 고객예탁 유가증권·고객예탁금 반환 업무, 수익증권 환매, 유상증자 청약 등 고객권리 행사를 위한 업무 등은 가능하다.

고현곤·정선구·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