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기사 어떻게 보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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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엇이 뉴스(NEWS)인가. 새로운 것(new)이 뉴스라고도 하고, 북(North)·동(East)·서(West)·남(South) 등 사방에서 일어난 일이 뉴스라고도 한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는 고전적인 정의도 있다.

키워도 죽여도 항의받아

그러나 요즘에는 '기자가 쓰는 것이 뉴스다'는 정의가 가장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기자가 쓰면 뉴스고, 독자가 쓰면 '독자투고'다.

1960~70년대에는 연탄가스 중독이 큰 뉴스였다. 기자들도 연탄을 때고 살았다.

70~80년대에는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 관련 기사들이 많았다. 기자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마이카'시대가 열리면서 신문에서 대중교통 관련 기사는 차츰 사라졌다. 대신 교통 신호체계라든지 도로의 문제점들이 자주 등장했다. 기자들도 자가용을 타고 다녔다.

90년대 중반부터 부쩍 신문 지면에 골프 기사가 많이 등장했다. 왜 그랬을까.

국내 골프 인구가 3백만명을 넘었다는 통계가 있으니 기자들이 골프를 치니까 골프 기사가 많아졌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기자들이 골프에 관심이 많으니까 뉴스 가치가 커진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15일 끝난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미국)가 또 우승했다. 예상했던 대로 도하 각 신문의 스포츠섹션은 골프 기사로 온통 도배질했다(중앙일보도 예외는 아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극적인 장면들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다.""궁금한 게 많았는데 제대로 짚어주지 못했다." "재미있는 뒷얘기는 왜 쓰지 않았나."-이 사람들은 대부분 새벽부터 일어나 TV 위성 생중계를 본 사람들이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도 있고,프로야구도 벌어지고, 월드컵을 앞둔 축구대표팀 소식도 있는데 왜 골프 기사로 떡칠을 하느냐." "타이거 우즈가 한국선수도 아닌데 왜 한국 신문들이 호들갑을 떠느냐.""이게 월드컵 개최국의 신문이냐."-이 사람들은 대부분 골프는 위화감을 조성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골프에 관한 한 중립이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좋아한다. 평일에는 연습장에 나가고 주말에는 필드로 직행한다. 골프 인구에 비해 골프장 수가 너무 적다고 아우성이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골프치는 사람들을 거의 증오하는 편이다. 환경파괴의 주범인 골프장을 더 이상 늘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골프 기사는 어떻게 쓰든 욕을 먹게 돼 있다. 한쪽에서는 기사가 너무 적다고 난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사가 너무 많다고 난리다.

모든 독자 만족시킬 묘안은

한국 신문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악명 높은 도둑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잡아 침대에 뉘어 놓고는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늘려서 죽였고, 키가 크면 잘라서 죽였다.

정해진 지면에 기사를 짜맞춰야 하니 골프를 키우면 다른 기사가 죽고, 다른 기사를 키우면 골프 기사가 죽게 마련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일단 엄살부터 피우자. "저희가 이렇게 어렵게 삽니다."

다음에는 양해를 구하자."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호기를 부려보자. "에잇, 골프 신문을 만들든지 골프섹션을 따로 만들든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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