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에 칼조각·노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 학생들이 학교 급식에서 발견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며 공개한 우거지국 속의 노끈, 자장밥에 든 비닐조각, 깍뚜기 사이에 들어간 수세미 조각(위에서부터 아래로).

문구용 칼조각, 바퀴벌레, 철 수세미, 노끈, 파리, 머리카락….

학생들이 먹는 학교 급식에서 나온 이물질들이다.

경기도 성남 S고교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위원 배종현(33)교사는 17일 "1, 2학년 학생 204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학교급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벌레류 60건, 수세미 조각 34건, 머리카락 30건, 비닐조각 16건, 돌 8건, 파리 4건, 낙엽 4건, 플라스틱 조각.철사 각 1건 등 모두 162건의 이물질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특히 3학년 한 학생은 지난 9월 말 김치 부침개를 먹다가 부러진 문구용 칼 조각을 세 차례나 씹었다고 배 교사에게 확인서까지 제출했다.

또 지난 8~9월에도 2학년 학생이 깍두기에서 철 수세미, 밥에서 애벌레를 잇따라 발견했으며 지난달에는 자장밥과 밥에서 각각 비닐과 종이박스 조각, 15일에는 우거짓국에서 노끈 조각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밖에 지난해 겨울에는 점심을 먹던 2학년 학생이 너비 0.8㎜ 크기의 너트 쇠붙이를 발견하기도 했으며, 학생들은 급식에서 이 같은 이물질이 계속 나오자 휴대전화로 이물질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전반적인 위탁급식 운영실태에 대해 87.7%가'불만족'을 표시했고 위생 상태에 대해 84.8%가'불결하다'고 응답했으며, 급식의 질에 대해서도 84.3%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1999년부터 서울 A업체와 계약해 제공하고 있는 학교 급식을 내년부터 직영체제로 전환, 운영키로 했다. 성남시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문제가 일자 이날 학교 조리.급식시설의 위생실태 파악을 위한 현장실사를 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급식을 맡은 A업체 심효석 전무는 "급식 과정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배식하기 때문에 음식물에 약간의 이 물질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이물질이 나왔다는 학생들의 설문 결과는 과장된 것으로 보여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남=엄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