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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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968년 비틀스의 '더 풀 온 더 힐'을 리메이크해 빌보드 차트 톱 10에 오른 브라질 뮤지션 세르지오 멘데스는 "(미국 등의 유명)뮤지션 가운데 브라질 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브라질 음악이 세계 음악에 끼친 영향에 대한 자신에 찬 말이다.

브라질 음악은 1960년대에 삼바와 보사노바 열풍을 불러왔으며, 70년대에는 이른바 '브라질리언 퍼커션 인베이전'을 통해서 '재즈 퓨전'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마일스 데이비스·칙 코리아 등 유명 재즈 연주자들이 아이르투 모레이라·나나 바스콘셀로스 등 브라질의 퍼커션 주자들을 앞다퉈 영입해 새로운 리듬과 사운드를 실험한 것이다. 또 재즈 기타리스트 찰리 버드와 폴 사이먼,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번 등 많은 음악인들이 브라질로 음악 순례의 길을 떠났다.

이처럼 '세계 시민권'을 획득한 브라질 음악의 보편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해답은 바로 5백년 역사 속에서 이뤄진 인종적·문화적 잡종화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와 토착 원주민, 그리고 유럽의 이민자 등 다양한 인종이 혈연적으로 뒤섞이면서 '아프로 브라질리언 사운드'라는 독특한 음악이 빚어진 것이다.

우선 아프리카적 특성, 즉 강렬하고 다양한 타악 리듬과 '선창-후창 형식'의 보컬 양식이 그대로 브라질 음악의 중요한 특성으로 자리잡았다. 거기에 중세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담은 음유시 전통이 녹아들었다. 포르투갈로부터 긴 식민통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동감 넘치는 리듬 위에 아름다운 멜로디와 하모니를 건축하면서 독특한 사운드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브라질 음악의 정수를 모은 '포커스 온'(사진)시리즈는 브라질 음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들려준다. 특히 대중적 감각이 뛰어난 기획물이다. 한마디로 '브라질판 빌보드 톱 10 시리즈'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이반 린스·마리아 베타냐·갈 코스타·플로라 퓨림 등 익숙한 아티스트들은 물론 미처 알지 못했던 뛰어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접하면 브라질 음악의 무진장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심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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