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세계진출 '통로'역할 하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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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우리 문화상품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작품이나 예술가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다.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공연기획가(PD)다. 그러나 종횡무진 세계 시장을 누비며 거래를 트는 힘 있는 기획자는 아직 드물다.

공연기획사 가네사의 김성희(36)대표는 그런 '국제적인 문화예술 거간꾼'이 꿈인 맹렬여성이다. 현장의 지식(이대 무용과 출신의 무용가)과 이론(미국 뉴욕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 전공)을 겸비한 재원으로 공연계의 기대치가 높다.

김씨는 그 꿈을 실현할 발판으로 지난해 4월 가네사를 설립해 화제를 뿌렸다. 독일의 공연 컨설팅업체인 삭스핀, 일본의 컨버세이션 등과 제휴해 국내외 공연물을 수출입하는 세계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것이다.

"외국의 좋은 작품을 들여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든 우리 것을 세상에 효과적으로 알릴 통로를 확보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외국 기획사와의 제휴는 철저히 '주고 받는' 원칙을 따랐다."

회사 설립과 함께 김씨는 극단 미추를 비롯해 현대무용가 안성수, 힙합그룹 묘성, 한국무용가 국수호 등과 해외공연 협조 계약을 했다. 향후 외국에 팔 소프트웨어를 미리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다.

"워낙 장기적인 프로젝트라 금방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년 사이 의미있는 작업은 많았다.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안은미의 '은하철도 빵빵빵' 공연이나 타악그룹 공명이 참가한 '나무 위의 여인' 싱가포르 아츠 페스티벌 개막공연 등이 대표적이다."

조만간 김씨는 그동안 준비한 큰 건 하나를 또 선보인다. 오는 24~29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옛 문예회관)에서 열리는 '2002 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02,02-738-3931)'다.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지난 20년간 관성적으로 해온 행사를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주제를 '유럽무용의 물결'로 잡은 것은 개인적 취향이기도 하지만 유럽무용이야말로 당대의 경향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이를 발빠르게 소개해 국내 무용계에 자극을 주려 한다. 이같은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 또한 기획자의 역할이다."

덕분에 이번 축제에서는 피나 바우슈·안나 테레사·샤샤 발츠 등 유럽 무용 거장들의 최신 경향을 체험할 수 있다. 비록 이 '삼두마차'는 아니지만 이들의 맥을 잇는 대표급 무용단을 초청한 것. 바우슈가 이끄는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요람 폴크방 탄츠 스튜디오의 내한은 특히 눈에 띈다.

"이런 교류의 다음 단계는 해외의 유명 예술가와 한국의 예술가혹은 단체를 연결한 합동작업이다. 교류는 반드시 상보적이어야 한다. 내가 돕게 될 2005년 서울을 주제로 한 피나 바우슈와 LG아트센터의 공동작업은 그래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글=정재왈·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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