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호두까기 인형' 4곳서 동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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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무대를 꽉 채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펼치는 춤이 매혹적인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 단골 작품이다. 극장마다 매진을 기록할 만큼 찾는 관객도 많다. 푸근한 가족용으로도, 따뜻한 데이트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올해는 네 가지 색깔의 '호두까기 인형'이 올라간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와 백러시아국립발레단 네 단체가 공연을 올린다. 입맛 따라 젓가락을 내밀 만큼 반찬이 다양하다.

◆ 유니버설발레단-섬세한 맛

올해로 19년째 공연하는 크리스마스 고정 레퍼토리다. 연륜이 긴 만큼 무대도 치밀하다. 특히 화려한 무대와 의상, 물결처럼 흘러가는 춤의 하모니가 객석을 사로잡는다. 러시아의 키로프 발레단 버전이라 불필요한 마임 동작을 과감히 삭제했다. 이 때문에 섬세한 안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황혜민, 엄재용, 강예나, 황재원 등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스타 11명이 주역진으로 총출동한다. 21~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만~7만원, 1588-7890.

◆ 국립발레단-화려한 맛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을 이끄는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 버전이다. 춤이 대폭 늘어났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손님들의 등장부터 춤이다. 무대를 꽉 채우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서 떨어지는 푸른 조명, 그 속에서 피어나는 마리와 호두까기 인형의 2인무는 동화의 체온까지 느끼게 한다. 26일에는 국내 남자 무용의 '살아있는 역사'인 이원국(39)의 고별 무대도 마련된다. 김주원-이원철, 재일교포 출신 강화혜-부상에서 재기한 장운규 등 네 커플이 무대를 누빈다. 21~28일 서울 예술의전당, 2만~5만원, 1588-7890.

◆ 서울발레시어터-우리 입맛

'호두까기 인형'을 우리 입맛에 맞게 각색했다. 격식을 따지는 클래식 버전이 아니라 쉬운 모던 발레로 만난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그대로다. 그러나 무용수들의 감성과 몸짓은 훨씬 '한국적'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공연보다 무대 세트와 의상도 업그레이드했다. 23~25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1만~3만원, 02-500-1220.

◆ 백러시아국립발레단-이국적인 맛

100여명의 단원을 보유한 백러시아 국립발레단이 내한해 본토의 춤을 선사한다. '호두까기 인형' 중 관객에게 익숙한 멜로디인 '별사탕 요정의 춤'이 매력이다. 우아하기 짝이 없는 요정의 독무와 바탕에 깔리는 첼레스타란 특허 악기의 공명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25~27일 경기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2만~5만원, 1544-0114.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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