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약선] 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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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원도에선 천마(天)라는 한약재 수확이 한창이다. 이름이 범상치(?) 않은 이 식물은 땅속에서 2년쯤 자란 뒤 겨울(11~12월)과 이듬해 봄(3~4월)에 채취한다. 옛날 사람들에겐 잎과 뿌리가 없는 이 식물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름에 하늘 천(天)자가 붙게 됐다.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스스로 얻지 못하고(잎.뿌리가 없어서) 다른 식물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약효만큼은 웬만한 버섯 못지않다. 동의보감엔 "모든 허(虛)와 어지러운 증세는 천마가 아니면 치료하기 어렵다"고 기술돼 있다. 한방에선 환자의 혈액 순환, 두뇌활동 개선, 두통.뇌졸중을 치료할 때 천마를 흔히 처방한다(분당차한방병원 최익선 원장).

천마의 주된 건강 성분은 가스트로딘이라는 항산화 물질이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이 성분은 몸안에 생긴 유해산소를 없앤다. 따라서 고혈압.동맥경화.뇌졸중 등 혈액이 잘 돌지 않아 병이 생긴 사람에게 권한다. 가스트로딘 등이 혈관에 쌓인 유해산소를 제거한다. 뇌에 쌓인 유해산소를 없애면 기억력 감퇴를 막고, 뇌신경을 보호할 수 있다(한림대 식품영양학과 신현경 교수).

작은 고구마처럼 생긴 천마는 마와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마는 분류상 마과(科)에 속하나 천마는 난초과다. 궁핍했던 시절 고구마.감자와 함께 대표적인 구황작물로 쓰였던 마와 달리 천마는 예부터 고급 한약재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0년 9월 천마를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는 것을 허용했다. 그래서 요즘은 드링크.차.농축 진액 등에도 천마가 들어간다.

시중에서 유통 중인 천마는 대부분 중국산이거나 천마재배연구소가 개발한 인공 재배 제품이다. 가격은 생 천마가 ㎏당 2만원, 건(말린) 천마가 600g당 3만원선.

맛과 냄새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신선한 냄새.비린내.풀냄새와, 단맛.쓴맛.떫은 맛.찝찔한 맛이 오묘하게 섞여 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감초와 함께 먹는 것이 방법이다. 생 천마는 30~40g을 주스.우유.과일과 함께 갈아서 하루 한 두 번씩 먹는 것이 좋다. 건 천마는 4~5개를 물 4ℓ에 넣고 한 두 시간 달인 뒤 냉장고에 넣어두고 물 대신 마셔 보라.

이렇다 할 독성은 없지만 먹는 도중 얼굴이 붉어지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나른한 증상이 나타나면 복용을 중단하거나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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