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잡이' 박은선, 서울시청 골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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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의 특급 스트라이커 박은선(18.위례정산고3.사진)이 실업팀 서울시청에 입단한다. 서울시청 서정호 감독은 15일 "최근 박 선수의 아버지 박순권씨를 만나 입단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박씨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부적인 이견이 있지만 사인만 남은 상태"라고 확인했다. 입단 조건은 연봉 3000만원과 그해 실적에 따른 옵션 2000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여자축구 선수를 통틀어 최고 몸값이다.

박은선은 지난 6월 아시아여자청소년(19세 이하)선수권 대회에서 여덟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대회 첫 정상에 올려놓은 대표팀의 대들보다.

1m81cm.70㎏의 탄탄한 체격에 뛰어난 스피드(100m 13초), 탁월한 골 감각 등으로 '여자 호나우두'로 불린다. 지난해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미국 월드컵 무대도 밟았다.

박은선은 16일 서울시청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아버지 박씨는 "12월 20일 미국 롱아일랜드대 코치가 면담을 위해 방한하는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 입단 후에도 해외 진출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연봉 3000만원+α에 입단

서 감독도 "박은선이 해외 프로리그에 진출하는 첫 여자축구선수가 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박은선의 졸업을 앞두고 여자축구계는 그동안 과열 스카우트 경쟁과 함께 대학과 실업팀 간에 감정 대립까지 빚어졌다. 여자축구연맹은 대학팀 보호를 위해 고졸 후 대학을 마친 뒤 실업팀에 입단할 것을 권유해 왔다.

그러나 박은선은 "어려운 집안 환경을 생각해 돈을 벌고 싶다"며 실업팀에 직접 진출할 것을 희망해 왔다. 창덕여중 1학년 때 그를 발굴해 고교 때까지 지도한 서 감독과의 인연도 크게 작용했다. 서 감독은 지난해까지 위례정산고에 있다가 올해 초 서울시청이 창단하면서 첫 감독이 됐다.

해외 프로무대 노크는 계속

박은선의 서울시청 입단이 확정되면서 대교캥거루스와 INI스틸이 양분해 온 여자실업무대의 판도가 달라지게 됐다.

서 감독은 "박은선 외에 국가대표팀 선수 홍경숙(20.여주대) 등 12명의 신입 선수를 받아 전력이 크게 보강됐다"며 "내년 시즌 3개 대회 이상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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