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인데, 하늘이 돕질 않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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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잦은 비와 부족한 일조량 때문에 천일염을 만들어 내기가 무척 힘드네요.”

15일 전남 신안군 신의도 염전(鹽田)의 한 창고에서 만난 신승호(50)씨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생산량 때문에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30㎏짜리 천일염 2만 부대가 들어간다는 소금창고(250여㎡ 규모)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그는 “건강식을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2008년 토판 천일염을 시작했다”며 “지난해는 5월 말까지 30㎏짜리 1000∼1500부대를 생산했는데, 올해는 300∼400부대에 그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승호씨가 전남 신안군 소금창고에서 올해 생산한 천일염을 만져보고 있다. 생산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면서 창고가 텅 비었다. [프리랜서 오종찬]

염부들은 3~10월에 오전 4~5시면 염전에 나와 해질녘에 일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4월 말까지 전남 서해안에 꽃샘추위와 눈이 이어지고 3~4일 주기로 비가 내리는 등 기온 변화가 심했기 때문이다. 염전엔 나와 쉬는 날이 많았다. 신씨는 “지난해의 경우 4월 말까지 7∼8번 정도 소금을 채취했지만 올해는 1번밖에 못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전남 서남해안을 강타한 이상기온 때문에 천일염 생산이 크게 줄었다. 특히 국산 천일염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신안 지역의 피해가 크다. 천일염은 30도 안팎의 날씨가 5∼6일간 지속되고 약한 바람이 불 때 최상의 품질이 나온다. 하지만 이상기온으로 생산량이 지난해의 30% 선으로 떨어졌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천일염 생산이 시작되는 3∼4월의 올해 일조시간은 247.1시간으로 평년 379시간의 73%에 머물고 있다. 반면 강수일수는 22일로 1914년(23일)에 이어 둘째로 많다.

신안군에 따르면 1∼4월 신안에서 생산된 천일염은 1만459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630t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 때문에 도매 가격(30㎏ 기준)은 62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다.

전남도 김병남(천일염 담당) 계장은 “천일염 수요는 김장철(11∼12월)과 간장철(2월)에 많은 만큼 현재는 가격 변동을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산량이 7∼8월까지 예년에 비해 크게 줄 경우 수입업자들이 값싼 중국산 소금을 들여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안=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천일염=미네랄 함량이 많은 천일염은 혈압을 낮춰 준다. 천일염(간수)을 가공해 만든 제품은 아토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 갯벌을 다진 뒤 흙 위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자연소금을 토판염이라고 한다. 장판염은 햇볕을 잘 흡수해 소금 결정(結晶)이 쉽도록 검은색 장판을 깔아 생산한다. 토판염이 장판염에 비해 10배 정도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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