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팔 만큼 팔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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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마침내 외국인이 순매도를 멈췄다.
외국인들은 15일 68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해, 17일(거래일 기준)간 1조9512억원을 팔아치웠던 순매도 행진을 마감했다. '연속 순매도 17일'은 외환위기 중이었던 1998년 6월 말 이후 최장 기록이었다.

시장 분석가 중엔 외국인들 매도세가 일단락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최근 원화 강세로 상당한 규모의 환차익까지 얻은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팔아야 할 물량은 어느 정도 처분했다는 것이다.

동원증권 장재익 애널리스트는 "올해 차이나 쇼크 등으로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외국인 순매도가 2조원 정도에서 일단락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외국인 매도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 중 단기투자로 그때그때 이익을 실현하는 이들은 웬만큼 빠져나간 것 같다는 얘기다.

외국인 매도의 집중 타깃이 된 전기전자 업종의 매도 물량이 충분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간 전기전자 업종에서 약 8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올 4월 이후 지금까지 그 3분의 2가 넘는 5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외국인 매도 물량은 이미 차익실현 수준을 넘어선 감이 있고, 업종 지수도 고점에서 60% 가까이 하락해 가격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외국 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이 연말 결산을 위한 매도를 대충 마무리짓고 휴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사장)는 분석도 있다. 다만 외국인들이 남아 있는 환차익을 거두기 위해 주식을 좀더 처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12월 결산 상장사에서 외국인들이 받아갈 현금배당액이 4조원에 달할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공격적으로 주식을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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