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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중앙일보 선정 새뚝이] 4. 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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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04 스포츠'의 화두는 아테네 올림픽이었다. 남북한 동시 입장으로 시작된 그 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은 장한 투지로 세계 톱10에 복귀하며 고달픈 국민에게 기쁨을 줬다. 해외에서 코리안 골프 돌풍은 더욱 거셌고 피겨스케이팅 같은 취약 종목의 세계 제패 낭보도 날아왔다. 민속씨름 무산 위기, 프로야구 병역비리 같은 어두운 일도 있었다.

***'피겨' 불모지서 피운 국제대회 첫 우승 꽃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9월 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샛별이 떴다. 14세 소녀 김연아(군포 도장중2)의 국제빙상연맹 2차 주니어 그랑프리 피겨대회 우승. 한국선수로는 국제대회 첫 우승이었다. 등록 선수가 100명도 안 되는 불모지에 피어난 꽃이다. 과천시민회관에서 일반손님이 모두 나간 뒤 한밤중에 링크를 빌려 연습하는 어려운 상황. 그러면서 지난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준우승을 했다. 1m56㎝.38㎏의 가녀린 소녀의 등장으로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마침내 세계 정상을 꿈꾸게 됐다.

***아시아청소년대회 남녀 MVP 휩쓴 한국 축구 새 주역 박주영.박은선 선수

때 묻지 않은 성실함, 시원한 폭발력, 그리고 풋풋함. 두 선수의 공통점이다. 껑충한 키에 아직 수줍음을 타는 10대지만 말처럼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남녀 한국 축구의 확실한 희망으로 컸다. 2004 아시아 남자청소년선수권(10월)과 여자청소년선수권(6월) 첫 동반 우승을 이끈 박주영(고려대1)과 박은선(위례정산고3). 1985년 7월생과 86년 12월생이다.

박주영 선수는 여섯 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특히 결승전에서 네 명의 중국 수비수를 차례로 제치며 결승골을 넣는 장면은 2004년 한국 축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올해의 청소년선수'에 뽑히더니 드디어 며칠 전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내년 1월 대표팀 미주 전지훈련에 합류한다.

"더 배우고 닦아야 해요.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으니 패기는 분명히 보여줄게요." 하루하루 성장하는 그에게 축구강국 한국의 기세를 되살리는 임무를 맡겨도 좋다.

박은선 선수는 반숙 상태의 한국 여자축구에 갑자기 나타난 핵폭탄이다. 1m81㎝의 키에 사내아이 같은 까치머리부터가 심상찮다. 아시아선수권 결승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여덟 골을 뽑으며 득점왕과 최우수선수 자리를 차지했다. 성인 대표팀이 15전 전패를 한 아시아 최강 중국을 두 번이나 통쾌하게 눌렀으니 벌써 큰 사건을 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여자축구를 이끌 차세대 대물(big thing)"이라고 평가한 기대주. 11월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선 러시아를 상대로 세계무대 첫 승도 일궈냈다. 새해 성인무대를 앞두고 "첫 해를 멋지게 장식하겠다"고 벼른다.

강혜란 기자

***199패 1무 끝 첫 승 … 아름다운 아마추어 , 서울대 야구부

199패 1무 끝의 1승. 무려 28년 만에 거둔 첫 승이었다.

공부하며 틈틈이 훈련한 진짜 아마추어들이 '선수팀'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승부.

서울대 야구부는 2004년 9월 2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 예선에서 송원대를 상대로 2-0 짜릿한 승리를 일궈냈다.

'만년 꼴찌' '있으나마나 한 팀'이라는 설움에도 포기하지 않은 도전이 이뤄낸 신선한 쾌거였다.

최초의 승리투수가 된 박진수(24.체육교육4)선수는 "우리도 한번 이겨보자. 그리고 운동장에 드러누워 버리자고 말하곤 했는데 믿어지지 않게도 그 꿈을 이뤘어요"라며 "내년에 후배들이 두번째 승리에 도전합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강호들 줄줄이 들어 메쳐, 레슬링 정지현 선수

개구쟁이 같은 스물한 살 총각이 세계를 들어 메쳤다. 한체대생인 그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 국가대표 선발전을 간신히 통과해 아테네 올림픽에 나갈 때만 해도 그냥 '다크호스'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죽을 힘을 쏟아붓는 그의 과감한 독기에 세계선수권 5연속 우승자인 아르멘 나자리안(불가리아)도 나자빠졌다. 번개처럼 상대의 뒤로 돌아 구사하는 '허리 잡기'가 특기. 그의 금메달은 유도 이원희 선수의 한판승과 함께 올림픽 세계 10위 재진입의 불씨였고 국민에겐 통쾌 무쌍한 선물이었다.

"포상금 중 5만원만 빼고 부모님께 드리겠다"는 그의 순진한 말은 한동안 장안의 화제가 됐다.

***PGA서 입지 굳힌 '나이스 샷' , 골프 나상욱 선수

그 험하다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 올해 데뷔해 32개 대회에서 톱10에 두 번 입상하고 19번이나 컷을 통과했다. 엘로드 소속으로 내년이면 21세.

상금 90만1158달러(약 10억원)로 랭킹 87위에 오르며 내년도 전 경기 출전권을 따냈다. 지난 10월 서던 팜뷰로 클래식에선 공동 3위에 올라 최경주에 이은 한국인 스타로 분명히 신고했다. 내년엔 첫 승을 올릴 것인가.

***한국시리즈 '10회 노히트 노런' ,프로야구 배영수 선수

고졸 5년 차인 삼성 투수 배영수(23)를 빼놓고 올해 프로야구를 얘기할 수 없다. 정규시즌 다승 공동 1위(17승2패)와 승률 1위(0.895)에 최우수선수(MVP)까지.

선동열 코치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고 할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의 '10이닝 노히트 노런'장면은 압권이었다. "아직 스스로 생각하는 목표를 이루려면 멀었다"는 그는 2004 골든 글러브를 포함해 연말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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