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포인트는 깜찍 옷도 재미있게 입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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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조금이라도 더 섹시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게 스무살 무렵 여자아이들의 관심이던 시절은 지났다. 요즘의 스무살은 유치하리만큼 깜찍하고 귀여워 보이길 원한다.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20대 여성을 위한 옷들은 어린이 만화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다. '유치 패션'인 셈이다.

"요즘은 누구도 심각해지길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재미있는 옷들을 입음으로써 자신도 즐거워지고 싶어하는 마음 아닐까요."

의류 브랜드 '레니본'의 서기정 디자인실장은 이런 옷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렬한 반응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이라고 전한다.

레니본도 3년 전 처음 선보였을 당시엔 지금보다 얌전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타깃으로 삼았던 18~23세의 여성들이 좀더 화려한 색깔과 요란한 레이스에 공주풍의 퍼프 소매, 유치한 미니스커트를 원한다는 걸 알아챈 후 디자인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올 봄 선보인 디자인엔 좀 더 재미있는 요소들이 첨가됐다. 가방엔 우스꽝스러운 프린트를 박았고, 구두엔 소녀풍의 커다란 리본을 달았다. 지난해 등장한 브랜드 '바닐라 B'도 마찬가지다. 젖소 모양의 캐릭터가 잔뜩 수놓인 옷들로 눈길을 끌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 봄엔 아이스크림을 옷마다 찍어 놨다.

올해 처음 선보인 '조 앤 루이스'도 어린 소녀들의 종이인형 속 주인공들의 의상을 닮은 옷들로 눈길을 끈다. 프릴로 만들어진 삼단 치마, 커다란 꽃과 구슬 장식이 달린 상의, 불량식품을 연상케하는 야한 색상이 초등학교 시절 만들던 색종이 꽃 같다. 이같은 흐름은 세계적인 명품 의류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만화적인 프린트를 이용한 디자인과 좀 크다싶은 꽃 문양을 이용한 액세서리들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과일·아이스크림 문양을 넣은 프린트 티셔츠와 사과를 주제로 한 소녀풍의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셀린''샤넬''루이 뷔통'매장에도 아동복에서나 볼 수 있던 커다란 꽃이 달린 핸드백과 구두가 눈에 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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