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4대 강 사업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우리는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4대 강 유역 정비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4대 강 사업은 재정 부담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거듭 주문해왔다. 정부가 동시에 4대 강 공사를 착공해 불신(不信)을 자초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제도 어려운데 왜 이렇게 밀어붙이느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성난 민심이 6·2 지방선거의 여당 패배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거 민심을 4대 강 사업 백지화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반대표에는 ‘풀 한 포기 돌 한 조각 손대면 안 된다’는 환경원리주의부터 ‘속도를 조절하자’는 합리적 비판까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4대 강 사업 공정률은 17.7%에 이르고, 핵심 기반시설인 보(洑) 설치 공사는 36%를 끝낸 상태다. 이미 4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현장에 가보면 4대 강 사업 중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거대한 보를 짓다 만 채 방치하거나 퇴적토 준설을 어설프게 마무리하면 또 다른 환경재앙을 부를 수 있다. 지금으로선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여름철 홍수 대비책을 철저히 세우는 게 우선이다. 반대 여론 수렴과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것은 그 다음이다.

다행히 장마와 태풍을 피해 4대 강 공사는 이달 21일부터 9월까지 대부분 중단된다. 7월 1일에는 새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시작된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100여 일의 시간이 남은 것이다.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지자체가 주민의 뜻을 모아 끝까지 반대하면 해당 구간에 대한 사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과 합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공사 중단에 집착하던 야당도 대안 제시 쪽으로 돌아서는 조짐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4대 강 사업을 무조건 반대하진 않는다”며 “치수(治水)와 용수(用水)의 범위 내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정부의 4대 강 본류(本流) 정비와 야당이 주장하는 지천(支川) 정비가 대척점에 선 게 아니라 보완관계라고 본다. 순서만 다를 뿐 수질 개선이라는 목표는 같다. 현재로선 4대 강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지천들의 수질 개선을 서두르는 게 합리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특히 생활하수와 빗물이 하나의 관으로 지나가는 지방도시의 합류식 관거(管渠)는 4대 강 본류는 물론 지천의 최대 오염원이다. 빗물과 생활하수가 두 개의 관에 따로 흐르는 분류식 관거로 꾸준히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더 이상 4대 강 사업의 국론 분열이 거듭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정부와 환경단체가 맞붙으면 소모적인 대립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4대 강 사업에도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소통의 중심은 국회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뽑힌 여야 의원들이 소통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다. 남은 100여 일 동안 여야가 정치논리를 떠나 우리의 미래와 후손을 생각하면서 국가 백년대계의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