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工系 기피' 경제 멍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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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60~70년대 한국의 과학기술인 우대와 청소년들의 이공계 선망 분위기가 80~90년대의 고도성장을 낳았다. 2000년대 초 이공계 기피현상 속에서 2010년 이후 한국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 과학기술 전문지 사이언스 3월 15일자 보도)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는 27일 '이공계 인력공급의 위기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과학기술 인력의 이탈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잠재 성장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이공계 기피 및 학력 저하는 상대적으로 이공계 인력의 지위가 낮고 이공계 교육환경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도성장기에 파격적 대우를 받던 이공계 고급인력의 소득은 최근 대졸 초임 연봉에서부터 다른 분야와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상경계열 출신이 많은 신용평가·금융업종의 대졸 초임 연봉이 2천4백만~3천5백만원이지만 비교적 각광받고 있는 전자·IT업종도 1천8백만~2천3백만원에 불과하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 중 장쩌민(江澤民)을 비롯한 6명이 이공계 출신인데 한국의 4급 이상 공무원 중 이공계 출신은 11.4%에 머물고 있다. 또 제조업 비중이 큰 산업구조인데도 30대 기업집단 상장사 최고경영자 중 이공계 출신은 22.8%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공계 인력 우대정책의 기조가 무너지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노동부·교육부·과기부·산자부 등 관련 부처들이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각개약진식 정책을 내놓고 있어 효과적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했다.

연구소 김은환 수석연구원은 "대학가에서 그랜저 타는 나이가 한의대 30세, 의대 35세지만 공대는 45세, 자연대는 영원히 못탄다는 농담이 유포될 정도"라며 "한국과 같은 소국(小國)은 고급인력 양성이 유일한 자원인데도 선진국과의 질적 격차는 물론 인력 규모까지 점차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이공계 인력양성을 최우선 국가과제로 설정해 각종 지원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이공계 기피 막으려면

▶이공계 인력 양성 기업에

기업인증제 실시

-인증 기준 마련해 우수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 부여

▶기술고시 선발인력 확대

-행정고시의 6분의 1에 불과한 기술고시 인력 증원

▶세계적 수준의 이공계 대학 육성

-3~5개 이공계 대학을 연구·대학원 중심으로 육성

▶이공계 출신 직원에 대한 인사·급여 우대

-실적이 뚜렷할 경우 파격적 보상

▶해외 우수 이공계 인력 적극 유치

-핵심인력에 대해 주택·의료 등에서 선진국 수준의 대우

자료: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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