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부른 교육정책 엇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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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인적자원부가 보충수업을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공교육 내실화 대책을 내놓은 지 1주일 만에 서울시교육청은 보충수업을 금지한다고 발표해 일선 교육현장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을 책임지는 최고 정책당국이 이렇게 손발이 맞지 않으니 일선 학교나 학부모들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보충수업 허용에 대해 당초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의 과외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학교장이 학생·학부모의 희망과 학교의 여건을 고려해 정규 교육과정 외의 별도 교육프로그램을 자율로 운영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밝혔다. 또 '보충수업 허용'이란 직접적 표현을 피하는 대신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과 학교장의 자율을 강조했다. 이 취지를 학교 현실에 적용한 것이 보충수업 허용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교육 내실화에 역점을 뒀다. 그 결과 정규수업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입시준비 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는 보충수업은 부활시킬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일선 학교의 생각은 또 다르다. 한국교총이 교육부 발표 후 전국 4백5개 고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4%가 보충수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보충수업을 하는 이유로 84%가 '학생의 학력보충'과 '학부모·학생의 요구'를 들었다. 학교나 학부모는 교육부 쪽에 기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교육부가 평준화 보완책으로 자립형 사립고를 선정할 당시에도 서울시교육청은 "명문고가 부활해 중학교에서의 입시경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추천을 거부했다. 이 바람에 당초 목표였던 30개교에 크게 미달하는 지방 5개교만 자립형 사립고로 선정됐다. 교육부는 오는 5월까지 자립형 사립고 10여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나 서울시교육청이 어떻게 나올지 의문이다.

교육문제를 놓고 당국 간에 사전조율이 안돼 갈등을 빚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책에 혼선이 생기면 그 피해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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