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던진 이회창> 반기는 비주류, 입나온 보수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탈당설이 나돌던 김덕룡·홍사덕 의원은 26일 이회창 총재의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수용에 대해 즉답은 피했다. 다만 洪의원은 "李총재가 개혁성향 의원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 같다"며 "金의원과 상의해 27일 공동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 주변에선 "굳이 탈당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洪의원의 27일 회견 때 표현될 것으로 보인다.

李총재가 1차 수습안을 발표했을 때 "거짓과 위선, 미봉책"이라고 맹비난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金의원은 당의 지도체제와 관련, "정당개혁이 선행되면 앞장서 돕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되 대통령 후보가 대표최고위원이 되는 미래연대(소장파 지구당위원장 모임)안에 대해서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李총재측은 "두 사람이 왜 탈당하겠느냐"며 당 잔류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李총재는 "두 사람을 곧 만나겠다"며 수습에 자신감을 보였다.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하다 탈당한 박근혜 의원은 "내가 한나라당 민주화에 기여한 셈"이라고 했고, 이부영(李富榮)의원은 "긍정적 결단이나 만시지탄"이라고 말했다.

미래연대는 즉각 회의를 열어 李총재의 결단을 환영했다. 김영춘(金榮春)의원은 "당내 개혁세력 요구에 대한 李총재의 화답으로 본다"며 "인적 청산의 문제는 남았지만 李총재가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보수 중진의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정창화(鄭昌和)·목요상(睦堯相)의원 등은 李총재가 소집한 중진회의에서 "총재가 결단을 바꾸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고, 집단지도체제는 당에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용갑(金容甲)의원 등 보수파 의원 10여명은 이날 별도의 모임을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金의원은 "총재의 최종 결단을 다시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총재의 고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임에선 李총재 리더십에 대한 불만과 함께 "당의 모양이 우습게 됐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