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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수능' 이대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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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대입 수험생에게 수능 성적표가 전달됐다. 각 대학은 앞으로 수시 2학기 합격자를 확정하고 정시모집 원서를 접수하는 등 대학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수능 성적 발표 결과, 영역별 및 선택과목별 표준점수와 등급의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 대입에서 엄청난 혼란이 우려된다. 제2외국어.한문의 경우 선택한 외국어에 따라 원점수 만점자의 표준점수가 무려 37점의 격차가 났다. 사회.과학탐구의 한국지리와 생물Ⅰ은 만점자가 1등급 비율 4%를 상회해 2등급 없이 1문항 틀린 수험생은 바로 3등급이 됐다. 윤리의 1등급 비율은 17.37%에 이른다. 한마디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표준점수가 들쭉날쭉함으로써 과목 선택에 따라 대입에서 유리하거나 불리해질 수 있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을 활용하는 대학입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어떤 기준으로 대학을 지원해야 할지 당황해 한다. 일선 학교와 학원 역시 제대로 상담해줄 수 없어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수험생은 애간장이 타는데 정작 수능 출제를 책임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선택과목은 교과내용과 출제위원, 응시자 숫자가 모두 달라 난이도를 100% 맞추기 불가능하다''수험생 대부분이 3~4 과목을 선택했기 때문에 선택과목의 성적을 더하면 표준점수 차이는 크게 줄어든다'는 평가원 측의 주장은 책임 회피다.

부정행위로 얼룩지고 난이도 조절을 못한 수능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 수능 출제 방식과 시험감독 방법 등 수능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하다. 출제위원을 감금해 놓다시피 하는 폐쇄형 출제는 개선돼야 한다. 상시 출제하는 문제은행식 체제를 갖춰 수많은 문항을 축적한 뒤 난이도를 맞추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수능을 아예 대학 입학 능력을 판단하는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교육부가 나 몰라라 팔장을 끼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수험생을 골탕먹이는 수능은 바뀌어야 한다. 특단의 개선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