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바람 불기 전에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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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가 22일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해 지난 4년 동안 끌어온 추모공원(화장장+납골당) 설립을 둘러싼 법적인 절차를 매듭지었다. 서울시는 "중도위가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들인 만큼 도시계획실시 인가와 주민공람을 거쳐 다음달에 첫 삽을 뜨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6월) 전에 공사에 들어가야 추모공원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서초구와 주민들은 "화장장 규모를 축소하는 등 주민들의 요구를 시가 수용하지 않으면 실력으로 공사를 저지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도위도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서울시는 사업시행 과정에서 추모공원의 규모와 교통·토지보상·환경 등에 대해 서초구 및 지역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하라"고 권고해 여진(餘震)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과=1998년 추모공원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던 서울시는 진통 끝에 2001년 7월 서초구 원지동을 최종 예정 부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시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해당 부지에 대해 그린벨트 내 건축 허가권자인 서초구청장이 강력히 반대하자 지난 2월 중도위에 그린벨트 해제 신청을 요청했다. 중도위는 서초구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시에 "주민들과 더 협의하라"며 심의를 한달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초구 주민들은 네차례 이상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중도위가 22일 전격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한 것은 곧 포화상태에 이를 서울시립묘지의 급박한 상황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심의를 또 연기할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성 절차=시는 다음주부터 2주간 공사업체 선정을 위한 공람공고를 한 뒤 4월 말에 착공해 오는 2004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시는 우선 토지보상위원회를 통해 추모공원 부지에 대한 협의보상을 추진하고, 협의가 어려운 토지에 대해선 시토지보상위원회와 건교부 중앙토지보상위원회에 상정해 강제 수용할 방침이다. 시는 이미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절반 이상에게 토지사용 승낙서를 받아놓은 상태여서 4월 착공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망=시는 추모공원이 들어서면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의 화장장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주시 용미리와 고양시 벽제리 등 시립 납골당 여섯곳 가운데 다섯곳은 이미 2년 전에 꽉 찼고 마지막으로 남은 파주시 용미리 시립묘지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시는 원지동의 추모공원 조성을 계기로 서울시를 네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마다 하나씩 추모공원을 단계별로 조성할 방침이다. 삼성과 LG 등 민간기업이 추진 중인 경기도 일대 대규모 추모공원 조성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서초구 주민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공사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중도위의 그린벨트 해제 결정이 나온 직후 과천으로 몰려가 중도위원들의 회식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안장원·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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