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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는 즐겨야 성공하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공포의 삼겹살''전국비만인연합회 회장'의 별칭으로 불리는 코미디언 김형곤(42)씨가 달라졌다.1백20㎏을 상회했던 자신의 몸무게를 1년 사이 86㎏으로 35㎏ 가량 줄인 것. 특히 지난해 11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공언한 이후 석 달 동안 20㎏을 감량했다.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아 앞으로도 10㎏ 이상을 더 뺄 계획이다.

19일 서울 서초동 D헬스클럽에서 만난 金씨는 '날씬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공포의 삼겹살'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배를 내보였다. 46인치였던 허리 사이즈가 38인치로 줄어 있었다. 덕분에 허리띠 잠금 구멍이 다섯개 이상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에게 다이어트는 인생이다. 2000년 총선 낙선, 이혼 등으로 절망의 늪에 빠졌던 그가 지난해 초 탈출구의 하나로 택한 것이 살빼기였지만 이젠 여기에 사회적 의미까지 담겨 있다. 비만을 가정 파괴범으로 간주하는 것이 그렇고 소아 비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배우자의 몸매에서 성적인 매력을 못느끼게 되면 외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는 이혼한 사람의 상당수가 비만문제로 고민했음을 알고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소아 비만이 사회의 건강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가설도 세웠다. 그가 다이어트를 하나의 대대적 시민 운동으로 승화시키겠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다이어트는 고통이다. 김형곤 역시 실패를 거듭하면서 그 원인을 살빼기를 '전쟁'에 비유하는 그릇된 생각에서 찾았다."다이어트는 즐겨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과의 전쟁' 대신 '살과의 게임'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사우나 속 찜통을 견디는 건 냉탕의 행복함을 알기 때문 아닌가요. 그래서 늘 저울 눈금이 내려가는 기쁨을 떠올려야 하는 거죠."

여기서 만들어진 그의 살빼기 철학이 '엔조이 다이어트'다. 핵심은 저울을 자신의 분신으로 삼아 즐기자는 것. 자신의 경우 이젠 화장실을 다녀와서도 몇g이 빠졌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한다. 오후 7시 이후엔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다. 물론 술도 끊었다. 하루에 적어도 두 시간씩은 헬스 클럽을 찾아 땀을 흘린다.

인터뷰 말미에 지난해 이영자의 다이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그녀의 미완성 프로젝트를 내가 완성시켜 보이겠습니다. 비만인의 상징인 제가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김형곤의 살빼기는 코미디가 아니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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