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누구를 두둔 하려는 것 아니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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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46용사의 유가족들은 참여연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발송한 것과 관련, “너무나 잘못된 행동”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천안함유가족협의회 박형준(고 문규석 원사의 매형) 대표 등 3명은 15일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을 찾아가 문건을 작성한 이태호 협동사무처장과 40분가량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참여연대에서 조사 의혹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시했는데 명확한 자료나 근거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사무처장은 “정부가 브리핑할 때마다 말이 바뀌었다”며 “정보공개청구를 해둔 (자료를 받으면) 유가족과 공유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참여연대가 안보리에 서한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간 후 가족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계속 걸려온다”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들도 서한 발송에 불만을 터뜨렸다. 서승훈 중사의 아버지 서천석(47)씨는 “결국 참여연대가 북한의 대변인 노릇을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단체가 이런 서한을 보내면 나라를 위해 복무하다 희생당한 우리 아이들은 뭐가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참여연대 건물 앞에서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항의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회원 100여 명은 “ 국제조사단의 진상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터무니없는 북한의 주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참여연대 건물에 진입하려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건물에 뿌린 뒤 해산했다.

참여연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15일 1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접속해 안보리 서한에 대한 찬반론을 벌였다. 참여연대를 지지하는 글도 있었지만 비판성 글이 더 많았다. “참여연대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안보리에 서한을 보낸 것은 시민단체의 행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참여연대는 이날 ‘천안함 관련 안보리 서한 발송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이라는 논평을 냈다. 참여연대는 “안보리에 서한을 보낸 것은 누구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합의할 만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주장해 온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격을 훼손하고 국익을 침해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논평에 대해서는 “국내의 이견과 의문을 국제 무대에 표출하는 행위를 억압하는 것은 품격 있는 나라 정부의 처신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도 천안함 재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 이사국 대표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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