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키르기스 난민 8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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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키르기스스탄 내 민족분규를 피해 우즈베키스탄 동부 도시 안디잔 너머의 키르기스 국경지대로 몰려든 난민들이 14일(현지시간) 우즈베크로 들어가게 해달라며 울먹이고 있다. 분규 5일째를 맞은 15일 현재 사망자 170명, 부상자 1700여 명이 발생했다. [안디잔 AP=연합뉴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남부 지역의 민족분규를 피해 이웃 우즈베키스탄으로 탈출하던 난민들이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우즈베크 정부가 15일(현지시간) 키르기스와의 국경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압둘라 아리포프 우즈베크 부총리는 “우리는 더 이상 난민을 수용할 시설이 없다”며 국경 폐쇄 이유를 밝혔다. 우즈베크 정부에 따르면 이미 약 10만 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었고, 국경 근처에 대기 중인 사람도 8만여 명에 이른다.

앞서 10일부터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크계 주민들 사이에 민족분규가 발생한 키르기스 남부 오슈와 잘랄아바트에선 닷새째 총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키르기스 보건 당국은 15일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170명에 달했으며 17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키르기스 과도정부 측은 “유혈사태를 일으킨 폭도는 축출된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추종세력이 고용한 타지키스탄계 용병”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도 이날 “이번 사태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사전에 잘 계획되고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슈의 5곳에서 복면한 사람들이 동시다발적 공격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혼란이 계속되자 국제사회도 행동에 나섰다. 미국은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의 자국 공군기지(마나스 기지)를 통해 의료품 지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도 16일 240t의 주거설비를 우즈베크로 공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옛 소련 7개국 군사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의를 열고 “사태 해결을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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