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사우디 달래기'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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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목장외교'까지 동원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달래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중동을 순방 중인 딕 체니 부통령은 17일 "부시 대통령이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자신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했고, 그는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부시는 '서부 백악관'이라 부르며 애지중지하는 크로퍼드 목장에 2001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해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당시 부시는 격의없는 분위기를 십분활용해 푸틴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고, 이는 대테러 전쟁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여온 러시아를 미국 편으로 돌리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부시가 이례적으로 이렇게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특별한 공을 들이는 것은 이라크 공격을 앞두고 아랍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가 체니 부통령을 내세워 사우디아라비아와 인근 중동국가 설득에 나서고 있으나 "이스라엘부터 단속하라"는 면박만 당하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반면 이라크는 권력서열 2인자인 이즈자트 이브라힘 혁명지휘위원회 위원장을 체니가 방문한 나라에 보내 지지를 얻어내는 등 쏠쏠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 압박감을 느낀 부시가 압둘라 왕세자를 목장으로 초청해 격의없는 얘기를 나누며 마음을 돌리려고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는 게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부시가 압둘라를 설득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압둘라가 지난해 "미국이 이스라엘 편만 든다"며 백악관의 초청을 이미 한차례 거부하는 등 부시와의 관계가 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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