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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단체로 변질된 참여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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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회복지 분야로 시작한 참여연대의 활동 영역은 점차 넓어졌다. 주주대표 소송, 반부패 운동, 사법권력 감시운동, 정치 개혁 등 방대한 영역을 커버했다. 참여연대의 영향력도 커졌다. 이 단체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에 들어가 정책에 관여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참여정부’라 지칭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 참여연대의 파워는 절정에 달했다. 참여연대 창립부터 참여했던 한명숙씨는 총리까지 됐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도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자문위원을 지낸 권오승 서울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장, 김명곤씨는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참여연대의 임원이 정부 기관이나 정부 산하 위원회 자리를 차지한 숫자가 158개나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의 모든 정책에 참여연대가 직간접으로 관여했다. 공무원 사회에선 “참여 정부가 아니라 참여연대 정부”라는 ‘뼈 있는’ 말까지 나왔다. 쥐가 나오는 사무실에서 출발한 참여연대는 2006년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땅값만 25억원을 들인 버젓한 사옥을 마련했다. 자금의 일부는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정부 정책을 객관적으로 감시해야 하는 시민단체가 정책을 직접 움직이는 권력단체로 변질된 셈이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영향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히 쇠퇴했다. 이때부터 참여연대는 시민단체라기보다는 반정부적 정치집단 성향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2008년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불법 촛불시위를 주도했다.

참여연대가 이번엔 국제적 사고를 쳤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민관 합동조사 결과가 의혹투성이라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에 보낸 것이다. 뭔가 새로운 ‘팩트’가 있을지 몰라 서한을 자세히 읽어봤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부 언론과 인터넷에서 제기한 의혹을 짜깁기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천안함 전사자들의 유족이 읽었다면 통탄할 내용이었다. 참여연대 주장대로 북한 어뢰가 아닌 좌초 등 다른 원인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천안함 희생자들에게 전사자 지위를 부여해선 안 된다. 좌초로 침몰했다면 천안함 희생자와 생존자 모두 배를 잘못 통제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의 안보리 서한 발송은 법적으론 몰라도 결과적으로 이적행위다. 북한 핵과 북한 인권 문제엔 소극적이었던 이 단체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정책을 감시·비판하는 게 아니라 정권을 바꾸는 게 진짜 목적이라면 더 이상 시민이라는 이름을 팔지 말라. 차라리 정당을 만들어라.

정철근 사회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