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일손이 없다 일감 120% 늘었는데 인력은 11%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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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건설현장 인력난이 심각하다.경기호전으로 공사는 늘었으나 인부들이 너무 부족하다. 몸값이 치솟고 특히 주말·휴일에는 근로기피가 심해 현장마다 아우성이다. 아직은 그럭저럭 버티지만 장기화할 경우 공사 차질이 우려된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 착공된 건축물은 7천6백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20% 늘었다. 이에 비해 건설 취업자는 일용직 근로자를 포함해 1백52만명으로 1년 전보다 11% 증가한 데 그쳤다.

◇발 구르는 건설현장=고양시 동문 17차아파트 건설현장은 10개동을 짓는데 하루 2백70명이 필요하나 지금은 절반으로 때우고 있다. 백두현 공사과장은 "사람이 모자라 야간작업까지 한다"며 "인부들이 돈을 더 많이 주는 오피스텔·다가구주택 건설 현장으로 많이 빠져나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시흥1구역 벽산아파트 현장. 임용만 과장은 "완공일정 맞추기가 빡빡하다"며 "옆 사업장에선 협력업체에 웃돈을 주며 사람을 구하라고 보챈다"고 전했다.

주말에 사람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일용직근로자복지협회 이용민 실장은 "현장 요청으로 어렵게 주말인력을 확보해도 30% 정도는 펑크를 낸다"고 말했다. 공사현장에서 10여년을 일해온 이상모(61)씨는 "인부들도 주말과 휴일을 꼭 챙긴다는 게 옛날과 다른 현상"이라고 말했다. 공기에 쫓기는 건설사들은 특별수당으로 하루 1만~2만원씩 더 얹어 인부들을 잡기도 한다.

◇임금 감당 못해 공사반납도=건설산업연구원과 업계에 따르면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일당은 지난해 9월 평균 8만6천3백원이었으나 요즘엔 10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인력난이 극심한 타일분야의 경우 지난해 9월 8만8천7백50원에서 최근엔 20만~30만원으로 폭등했다.

이런 가운데 미장업체인 K사는 공사비보다 인건비 지출이 많다는 이유로 수주한 공사를 최근 반납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하도급 계약 때는 인건비 상승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을 감당 못해 공사를 반납하겠다며 상담을 신청한 업체만 10여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경제에 부담=한국개발연구원 최경수 박사는 "건설경기 회복속도를 인력충원 속도가 쫓아가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임금 상승이 다른 업종으로 번질 경우 인플레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원은 "임시직의 임금상승은 장기적으로 주택값·물류비용을 높여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고 말했으며 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연구원은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품질은 개선되지 않고 임금만 상승해 결국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건설 임시직 근로자야 말로 외환위기 때 최대 피해자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적인 인력육성과 고용보험 제도 도입 등 근본적인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임금을 아무리 올려도 인력난은 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지난 15일 새벽 서울 가리봉동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 오전 4시30분쯤 모여든 임시직 근로자 7백여명은 한시간도 못돼 쉽게 일감을 찾아 떠났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절반이 일거리를 못찾아 허탕쳤다. 몇 시간 뒤 서울 신도림동 대림아파트 건설현장. 관리담당인 한정탁 부장은 "필요 인력의 80%선을 겨우 맞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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