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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변동환율제로 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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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중국에 대해 국제 외환시장은 개입 중단 압력을 넣고 있다. 중국의 정책이 다른 나라에 많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의 관리변동환율제(페그제,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포기하면 중국의 경제체질에 유용할 것이라는 충고에 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 듯싶다. 위안화는 1994년부터'1달러=약 8.28위안'으로 고정돼 왔다. 중국은 역설적으로 스스로의 경제를 잠식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의한 '펌프질'을 도와 미국 경제를 살리는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과 홍콩은 미국 재무부 채권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국가다. 그렇지 않으면 재무부 채권의 수익률은 FRB에 의한 통화 팽창을 막으면서 훨씬 더 올라갔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페그제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외환보유액이 늘어나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고 공공부문의 부채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수출업자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의무적으로 인민은행에 맡기고 빳빳한 위안화나 정부 채권과 바꿔가도록 자본통제 정책을 실시해온 때문이다. 이런 조치는 감내할 수 없는 인플레와 공공 부채를 양산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 중국이 페그제를 포함해 현재의 외환정책을 고수한 대가다.

전 세계적으로 외환시장은 주로 달러 약세에 힘입어 변동성이 크다. 그래서 중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미국의 이익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운용해야 할 자산의 보유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위안화의 가치가 중국 경제의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란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일국의 통화는 경기침체기에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고, 고속성장할 때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사실 일국의 통화 가치는 외환시장 수요.공급의 힘에 의해 좌우되는 것 이상으로 그 나라 경제 실적에 의해 좌우되진 않는다. 그래서 중국의 통화가 현재 저평가돼 있다고 못박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중국의 통화량 증가율이 높을 경우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상당한 압력이 생길 것이다. 왜냐하면 통화량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를 경우 해당 통화의 환율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환율이 고정돼 있는 상태에서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자본 이탈이 일어나 느슨한 통화정책을 폐지하도록 압력이 생길 것이다.

위안화 재평가 문제는 중국이 경기 과열을 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 와중에도 논란의 한가운데 자리해 왔다. 인민은행이 지난 10월 말 1년짜리 대출 금리를 9년 만에 처음 5.31%에서 5.58%로 올린 것도 그런 방안 중 하나였다. 고정자산 투자를 억제하고, 뛰는 물가를 잡고, 저축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는 장기적인 인플레 압력을 줄이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투자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을 기대하며 자금을 유입시킬 것이고, 위안화의 가치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즉 더 많은 외환이 시장으로 유입됨에 따라 경제는 계속 과열되고,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한편 달러화 가치 하락은 FRB가 다른 무역 상대국들보다 더 많은 돈을 시장에 쏟아붓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달러화 가치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새로운 자금의 증가율이 국내 경제성장률을 더 이상 추월하지 않고, 다른 모든 국가 중앙은행에 의한 자본 증가 속도와 일치될 때까지 계속해 약세를 보일 것이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그래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며 잘못 짚은 정책이다. 위안화 환율 변동을 지연시킴으로써 중국은 자국 경제에 불안정성만 더 키우고 있다.

정리=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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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링글 과테말라 마로캥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