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상 수도권 아파트 '묻지마 투자'에 값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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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권에 머물던 재건축 '묻지마 투자'가 수도권으로 옮겨 가고 있다. 정부가 서울 위주로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서자 투자 수요들이 이쪽으로 대거 몰리면서 광명·성남·고양·의왕 등지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

지난 9일 시공사를 선정한 광명시 하안주공2단지는 물론 철산 주공 1·2단지 등도 11평형이 1억1천만~1억2천만원, 17평형은 1억9천만~2억원으로 연초보다 2천만~3천만원 올랐다. 하안동 한신공인중개사무소 인태훈 사장은 "광명시내 노후주택 거주자들의 교체매매와 시공사 선정을 전후해 몰려든 투자 수요가 맞물려 값이 급등했다"며 "매물도 고층 아파트는 많이 나와 있지만 저층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남시 수정·중원구 일대 아파트도 지난 1월 고도제한 완화 방침 발표 직후부터 서울·분당지역 투자 세력이 몰리면서 재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저층 아파트가 올들어 4천만~5천만원 뛰었다.

올 초 8천5백만~9천만원이던 태평동 건우아파트 21평형은 1억3천만~1억4천만원, 7천5백만~8천만원이던 청운아파트 19평형도 1억1천만~1억2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태평동 제일공인중개사무소 권혁 사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수요자가 많지 않은데도 집주인들은 여전히 호가를 높여 부르고 있어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왕시 내손동 포일주공 아파트도 지난 9일 재건축 컨설팅업체 선정을 전후해 11평형이 1억2천만~1억2천5백만원, 15평형이 1억8천만~1억8천5백만원으로 일주일 새 4백만~1천만원 껑충 뛰었다. 전문가들은 저층 아파트라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광명 철산·하안주공은 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곳이 없고, 지구단위계획도 연말께나 확정돼 그 전에는 사업승인이 나기 어렵다.

더구나 철산 2·3, 하안 1·2단지는 총 6천2백여가구의 대지 지분이 한데 묶여 있는 데다 등기부등본상 지분과 실제 면적도 달라 지분을 나누는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남지역도 마찬가지.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군용항공기지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 아파트가 지은 지 15~17년 안팎이어서 실제 재건축이 추진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왕 포일주공도 안전진단조차 받지 않은 상태여서 사업추진 일정이 유동적이다.

하나컨설팅 백준 사장은 "수도권은 대부분 서울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낮아 큰 폭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사업도 초기단계여서 투자금이 오래 묶일 가능성도 있어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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