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바람부는 은행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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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 시중은행의 L임원은 13일 "은행에서 40대 기수론이 현실화되는 것 같다"며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은 그만둘 때"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석주(49)씨의 조흥은행장 후보 선임으로 은행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洪후보와 대학 동기동창인 하영구 한미은행장이 첫 40대 은행장의 테이프를 끊었지만 河행장은 씨티은행 출신인 데다 외국계 대주주인 칼라일이 뽑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한미은행보다 덩치가 훨씬 큰 데다 洪후보가 내부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선임은 은행권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洪후보는 "나이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조흥은행에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가 있을 전망이다.

12일 이강륭·이완 부행장이 사퇴한 데 이어 고참 임원 및 부장들이 상당수 퇴진할 것으로 보인다. 洪후보보다 나이가 많은 조흥은행 직원은 2백여명에 이른다.

洪후보의 선임이 조흥은행의 파격적인 인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점치는 직원도 많다.

위성복 행장이 지난해 洪후보를 전격 발탁, 임원으로 승진시킨 것처럼 洪후보도 경영진을 젊은 세대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하영구 한미은행장도 지난해 취임한 이후 경영진의 나이를 대폭 낮췄다. 금융계 인사들은 세대교체 바람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은행장들의 평균 연령은 50대 전반. 외환위기 이전에는 50대 후반이었다. 이같은 세대교체가 洪후보의 선임으로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2일 "젊고 개혁적인 조흥은행장 후보 선임이 4월 중 실시될 외환은행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은행에서는 洪후보와 비슷한 연배의 차세대 주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하나은행 김종렬(50)부행장, 국민은행 김영일(49)부행장,서울은행 최동수(47)부행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제적 감각과 개혁 성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과거 은행장들이 대체로 인사 와 영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었던 반면 최근 은행장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임원들은 국제·리스크 관리 분야에 강한 편이다.

한편 조흥은행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洪후보보다 고참인 한 직원은 "내부에서 행장이 선임된 점은 환영하지만 조직의 안정성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부분의 젊은 직원들은 "언젠가는 행장이 됐을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조직이 훨씬 더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허귀식·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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