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꼴찌'의 정신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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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근태 고문이 떠난 민주당 경선 레이스를 바라보는 여론에는 개탄과 착잡함이 겹쳐 있다.두 차례 경선에서 꼴찌를 한 충격 탓에 그는 뜻을 접었다. 돈과 조직,지역 감정이 힘을 발휘하는 현실정치의 두꺼운 벽을 넘지 못한 좌절일 것이다. 그가 내세운 '클린 정치'가 빛을 보기도 전에 스러지는 느낌이다.정당 민주화를 외치는 국민경선제의 새로운 정치 실험 현장에서도 '깨끗한 정치'구호는 맥을 못춘 것이다.

그의 중도하차는 우리 정치의 한계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과거 최고위원 경선 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그의 지난번 고백은 깨끗한 정치를 위한 '고해성사'라는 뜨거운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그러나 경선 현장에선 거꾸로였다. 그의 발언이 권노갑 전 고문의 '돈가스 게이트'로 번지면서 해당(害黨)행위라는 비난을 받았고, 검은 돈을 바라는 정치 브로커들과 일부 후보측으로부터 "혼자만 깨끗한 척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현실정치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왕따 장면은우리 정치의 저급한 수준을 드러낼 뿐이다.

"아름다운 꼴찌로 기억해달라"는 게 그의 퇴장 선언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꼴찌라 해도 '돈 경선'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레이스를 완주해달라는 게 여론의 기대였다. 그의 정치적 희생을 요구하는 잔인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초반 퇴장은 고해성사에 담긴 그의 정치적 용기와 결단의 면모를 깎아내릴 수 있다.

그는 레이스를 포기했지만 남겨놓은 깨끗한 경선의 의지는 살려야 한다. 4월 27일까지 대장정에 나선 민주당 경선은 일부 후보측이 금품살포·향응제공 때문에 당내 경고조치를 받는 등 흠집이 나고 있다.마구잡이 조직 동원,돈 잔치 의혹,흑색선전 논란이 더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모든 후보가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전자투표같은 새로운 방식, 승부의 이변만으로 국민의 관심을 계속 붙잡아 두기는 어렵다. 돈 선거 개혁을 위한 페어플레이 정신이 담겨야 경선의 참뜻이 살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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