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부는 세종시 끌고 갈 동력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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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병헌 의원=총리께서 야인으로 있을 때보다 안경도 새까매진 것 같고 머리도 불통이 돼 버린 것 같다.

▶정운찬 총리=그런 인신공격 발언이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 발전의 저해 요인이다.

지방선거 이후 14일 처음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정치 분야)에서 정 총리와 야당 의원들 간에 거친 언쟁이 벌어졌다.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게 정 총리가 “말장난하지 마시라”고 했다가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정쇄신 논란=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국정쇄신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은 물론 정부의 정책과 정책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며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여 분의 질의시간 동안 질문은 하나만 던지고 나머지 시간은 미리 준비한 ‘반성문’을 낭독했다. 그는 “국민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몰랐던 저를 더욱 혼내 달라”고 했다.

같은 당 김성식 의원은 “5·18 30주년 행사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게 한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정 총리는 “내년부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잘못된 정책을 고집스럽게 추진한 세종시 총리, 국토해양부·행정안전부·국방부·법무부 등 관련 장관을 경질하고 전면적인 개각을 실천해야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시·4대 강=여당에서조차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세종시 문제가 더 이상 국론분열의 요인이 되어선 안 되는 만큼 이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가 세종시 문제를 끌고 갈 동력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충청인들이 심판을 내린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안을 발제한 정운찬 총리부터 쇄신대상이 돼야 한다”고 공격했다.

정 총리는 적극 방어했다. 그는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 표결로 처리해 달라고 한 것을 수정안 포기로 오해하는 것 같은데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게 저와 대통령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 이긴 분들이 세종시 수정안이 거부됐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마치 지방에서 축구 장비를 사줬더니 서울로 가서 야구를 하겠다는 얘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4대 강 사업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은 “국가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22조원의 천문학적 재정이 소요되는 4대 강 사업을 놔둔 채 어떻게 재정건전성을 언급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정 총리는 야당 지자체장들의 ‘4대 강 집단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 “지자체장이 적법하고 정당한 국가시책의 추진을 미루거나 게을리할 경우 지자체법에 규정된 (중앙정부의) 지도·감독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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