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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귀'에 봄바람 속삭이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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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백두대간의 영취산에서 뻗어나온 금남호남정맥은 팔공산을 거쳐 전북 진안군 마이산(6백73m)에서 두개의 봉우리를 세운 후 주화산으로 달려간다.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말의 귀처럼 생겼다'해서 이름붙여진 마이(馬耳)산은 신이 이 땅에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다. 설악산의 귀면암·울산바위, 주왕산의 기암, 무등산의 입석대·서석대 등 모양이 특이한 바위가 많지만 독립봉으로 우뚝 솟은 산으로는 마이산이 으뜸이다.

봄내음을 흠뻑 머금은 바람이 '말의 귀'를 간지럽힌다. 마이산에는 부부 신선이 새벽녘 등천(登天)하다 물 길러 나온 동네 아낙의 눈에 띄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바위산'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암마이봉(6백73m)과 수마이봉(6백67m)으로 이루어진 마이산은 봄(돛대봉)·여름(용각봉)·가을(마이봉)·겨울(문필봉)등 계절에 따라 다른 멋을 뽐낸다.

마이산의 산행코스는 다양하다. 남부주차장에서 전망대에 오른 후 능선을 따라 암마이봉과 탑사를 거쳐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와 합미산성이나 보흥사에서 시작하는 종주산행을 꼽을 수 있다.

마령읍에서 승용차로 5분여 거리에 강정대가 있다. 10여분을 오르면 합미산성이 나타난다. 산성에서 1시간30분 정도면 광대봉에 오르게 되는데 지루한 것이 흠이다. 이것이 싫다면 보흥사를 산행 들머리로 잡는 것이 좋다.

보흥사에서 10여분을 오르면 암벽지대가 나타나고 이내 능선에 닿는다. 마령벌이 눈 아래 펼쳐지고 왼편으로는 광대봉이 손짓한다. 능선을 따라 고개를 넘어서면 장쾌하게 뻗어 마이산까지 연결되는 능선과 암벽지대의 웅장한 모습에 누구나 압도당한다.

약 10㎞의 능선길은 약간 숨이 찰 듯하면 내리막길이고 등산로 곳곳에 하산할 수 있는 탈출로가 있어 가족산행지로도 알맞은 코스다.

마이산을 바라보며 40분 정도 걸으면 고금당에 다다른다. 고금당에서 광주여성목요산악회 회원 37명을 만났다. 전순엽(55·광주시 당림동)등반대장은 "마이산행은 처음인데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세를 감상하면서 적당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행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30분 뒤쯤엔 팔각정을 지어놓은 비룡대에 다다른다. 삿갓봉이 지척에 있고, 5개의 암봉들이 차례로 솟아 있다. 비룡대에서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남부주차장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이 많다.

삿갓봉을 넘어 봉두봉에는 벤치가 있고, 암마이봉의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는다. 탑사까지 넉넉잡고 4시간(보흥사 출발)~5시간30분(합미산성 출발)이면 충분하다.

탑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원뿔 형태의 천지탑(13m·전북기념물 35호)이다. 안정감이 있으면서 선이 날렵한 이 탑은 마이산 산세와 잘 어울려 유홍준 교수는 "국내 최고의 설치미술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탑사에는 원래 1백20여기의 탑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80여기만 남아 있다.

이산묘에서 남부주차장을 거쳐 탑사를 잇는 1.5㎞의 도로변에선 매년 4월 중순 벚꽃축제가 열린다.

마이산=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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