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세론> '측근 정치'실태와 관련 인물들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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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돌연 '측근정치' 시비에 휩싸였다. 당내 일부 중진과 소장의원들이 11일부터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내에선 3명의 이름이 나온다. 양정규(梁正圭)·하순봉(河舜鳳)부총재와 김기배(金杞培) 전 사무총장이 그들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은 '측근 실세 3인방'으로 부른다. 이들 3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당내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이나 당직인사에는 이들의 입김이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의원의 탈당 등 최근 사태가 '측근정치' 때문이라는 게 문제제기의 골자다. 한 당직자는 "이회창 총재는 당초 박근혜 의원이 요구한 집단지도체제를 받아들일 생각이었으나 측근 3인방이 '공천권 없는 대통령은 허수아비'라고 강하게 막아 李총재가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梁·河 두 부총재는 윤여준(尹汝雋)의원과 함께 2000년 4·13 총선 공천에 깊숙이 간여하면서 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 등 중진급 정치인들의 낙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들은 오랜 정치경험에도 불구하고 노태우 정부에선 군출신, 김영삼 정부에선 가신(家臣)들에 밀려 각광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李총재의 경우 정치경력이 짧아 이들의 조언에 의지하는 측면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득(李相得)의원의 사무총장 기용도 이들 3인방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특히 전임 사무총장인 김기배 의원은 李총장의 친동생인 이명박(李明博) 전 의원을 서울시장으로 강하게 밀어 홍사덕(洪思德)의원의 반발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에선 "부총재 경선에 출마키로 한 하순봉·김기배 의원이 대의원들에게 李총재의 이름을 팔며 지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미래연대 서울시 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 모임에선 "李총재에게 상황을 잘못 전달한 사람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하순봉 부총재는 "李총재는 비공식 라인이 없다", 양정규 부총재는 "집단지도체제 도입은 중앙위에서 결정된 것인데 어떻게 바꾸느냐"고 주장했다. 김기배 의원은 "경쟁에서 지고난 뒤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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