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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만 명 찾는 쇼핑몰 문 닫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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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 회의실에 코엑스몰 입점업체 관계자 300여 명이 모였다. 코엑스가 11월 11~12일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입점업체들에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G20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회의는 지상의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지만 지하 1층에 있는 코엑스몰도 테러 위협 때문에 출입 통제가 불가피할 것 같다”며 “상당한 불편함이 예상되지만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코엑스가 하루 유동인구가 10만 명에 달하는 국내에서 가장 복잡한 곳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해 정부는 회의기간 일대 상업시설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은 뜻하지 않은 휴무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 달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상 대상과 피해금액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양측의 협의는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G20회의를 전후해 닷새간 휴무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현대백화점 측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하지만 닷새 휴무는 피해가 커 사흘로 줄일 수 있는지를 정부에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닷새간 문을 닫으면 100억원대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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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하는 입점업체=G20회의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에 기뻐했던 코엑스몰과 도심공항터미널 입점업체들은 전면 통제 소식에 술렁거리고 있다. G20 회의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인 만큼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손해가 얼마나 날지에 대해 걱정이 많다. 그래서 통제 대상과 기간을 여기저기 알아보는 분위기다.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정선례 대표는 “삼성역 부근까지 통제하는 등 닷새 정도 쉰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그만 칼국수집이지만 그 정도 쉬면 임대료·인건비·매출 등을 감안할 때 1000만원 이상 손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인건비와 임대료 정도는 보상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엑스몰 ‘가우스’ 안경점의 김승율 사장은 “주요국 정상들이 그리 많이 오니 안전을 위해 회의가 열리는 이틀간 휴무를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면서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쉬어야 한다면 점포들끼리 협의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강제휴무를 하지 않더라도 출입이 번거로우면 어차피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이라며 “손해가 막심하게 생겼다”고 했다.

하승우 프로스펙스·몽벨 코엑스점장은 “일주일 정도 휴무 또는 개점휴업 상태라면 매출 손실이 4000만~5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보상이 어렵다면 코엑스 쪽에서 임대료 감면 등을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코엑스 약국 한영석 사장은 “코엑스로부터 가게를 빌리는 입장이어서 보상 얘기를 쉽게 꺼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휴무 불가피하다는 정부=익명을 요구한 G20준비위 관계자는 “코엑스몰은 최소한 이틀간 휴무가 불가피하다”며 “보상 문제는 논의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간단치 않다. 코엑스몰과 도심공항터미널 1150여 개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고, 그외 삼성역 인근에도 업소들이 밀집돼 있어 보상 대상업체와 금액을 산정하는 게 쉽지 않다.

휴무를 강제할 법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국회는 지난달 19일 ‘G20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경호안전과 테러방지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달부터 G20 회의가 끝나는 11월 15일까지 적용되는 한시법안이다. 행사장 주변에 ‘경호안전 구역’을 만들어 여기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은 차량·출입 통제와 검문검색 등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강제 휴무 관련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다. 단 코엑스몰 입점업체들이 코엑스와 맺은 임대계약서에는 ‘코엑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G20준비위 김윤경 대변인은 “ 시민들의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진행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면서도 “지난해 G20회의가 열렸던 미국 피츠버그의 경우 상점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아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최지영·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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